"월드컵 팔아 회원국에 578억씩 뿌린다"...인판티노의 '축구 민주화', 실상은 권력·투자자 배불리기?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30 10: 17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월드컵을 포함한 FIFA 주관 대회의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초강수를 꺼냈다. 명분은 '축구의 민주화'다. 그러나 실상은 FIFA와 투자자, 인판티노 회장의 권력을 동시에 키우는 거래가 될 수 있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BBC'는 29일(한국시간) "인판티노 회장이 월드컵을 포함한 FIFA 대회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팬과 정치권, 지역 축구 연맹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과 분노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내세운 핵심은 돈이다. FIFA는 거래가 최종 성사될 경우 211개 회원국에 축구 발전 기금 명목으로 각각 4000만 달러(약 578억 원)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우선 2000만 달러(약 289억 원)를 받기 위해 각국 축구협회가 오는 9월 19일까지 계획을 수용해야 한다는 시한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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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이를 인판티노 회장이 2016년 FIFA 회장에 오른 뒤 내놓은 가장 대담한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계획이 통과될 경우 인판티노 회장은 장기적으로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월드컵을 비롯한 FIFA 대회의 성장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나눠 갖게 된다.
인판티노 회장이 이처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에는 FIFA 내부의 탄탄한 지지 기반이 있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지역 다수 회원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월드컵 참가국을 48개국으로 확대했고, FIFA의 상업·중계권 수익을 늘렸으며, 회원국에 매년 수백만 달러를 직접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했다.
이들 국가의 지지만으로도 FIFA 211개 회원국의 절반을 넘길 수 있다. FIFA 안건은 단순 과반으로 결정된다. 절반을 넘는 국가가 찬성할 경우 인판티노 회장의 계획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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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축구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에는 2000만 달러가 수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을 수 있다. 반대보다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미 회원국 투표 없이도 FIFA의 주요 정책을 바꿔왔다.
월드컵 경기 도중 수분 보충 휴식 시간을 도입했고, 결승전 하프타임에 음악 공연을 넣는 방안도 추진했다. 취임 초기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정들이지만, 현재 FIFA 내부에서 그의 영향력은 그만큼 강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도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FIFA가 거래를 논의 중인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은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의 시동생인 조시 쿠슈너가 이끌고 있다.
FIFA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캠페인에 기부했던 그레그 마페이 전 리버티 미디어 회장도 이번 거래의 '핵심 상업 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강화해왔다.
FIFA 평화상을 신설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했고,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 FIFA 사무실을 열었다. 클럽월드컵 우승 트로피가 백악관 집무실에 보관되는 것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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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2026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을 때도 인판티노 회장은 웃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월드컵 운영을 비판한 이들을 두고 "증오와 비판에 사로잡혀 있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쓰는 언어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BBC는 인판티노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과 쌓은 관계를 활용해 자신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FIFA가 회원국과 충분한 논의 없이 계획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와 지역 연맹은 FIFA가 뒤에서 일방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뒤 계획을 공개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판티노 회장이 이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계획이 승인되면 FIFA는 단번에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다. 인판티노 회장이 각국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회원국에 배정된 자금은 2027년 1월 1일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그는 서한에서 "이 제안을 추진할지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그 대가로 필요한 것은 여러분의 신뢰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라고 밝혔다.
BBC는 이를 두고 "우리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데 투표하면, 여러분도 더 부유하게 해주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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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가치는 대회가 거듭될수록 커지고 있다. FIFA가 지금 지분을 매각하면 향후 증가하는 수익을 FIFA와 축구계가 독점하지 못한다. 민간 투자자들이 월드컵 성장의 과실을 함께 가져가게 된다.
FIFA는 스위스 법에 따른 비영리 단체다. 이론적으로는 이윤 창출이 아닌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번 계획이 실현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일부 소규모 축구 국가와 민간 투자자, 인판티노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겔 마두로 전 FIFA 거버넌스위원장은 "일부 축구협회가 돈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면 FIFA가 약속한 대로 자금이 실제 축구 현장에 도달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마두로는 인판티노 회장을 비롯한 FIFA 지도부가 위원회 운영 방식에 반대하면서 자신이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FIFA는 정치적 카르텔처럼 움직인다. FIFA가 각국 축구협회에 배분하는 자금을 통해 후원과 지지를 유지한다. 부패 사례도 있었다. 이번 제안은 승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합법화된 뇌물과 같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BBC는 마두로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FIFA에 접촉했다고 전했다.
민간 자본의 스포츠 투자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야구와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가 소수 지분 투자를 허용하면서 구단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스페인 라리가와 프랑스 리그1도 사모펀드 CVC 캐피털 파트너스에 사업 일부를 넘기고 즉각적인 자금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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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판티노 회장의 계획 역시 완전히 새로운 실험이라기보다 최근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따른 것이다. 다만 성공할 경우 그의 권력까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번 계획은 유럽축구연맹(UEFA)과 FIFA의 갈등에도 기름을 부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이후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를 FIFA가 뒤집은 데 항의하며 월드컵 결승전을 보이콧했다.
UEFA는 변동형 티켓 가격과 수분 보충 휴식 시간 등 논란이 된 정책에서도 FIFA의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 갈등의 중심에는 확대 개편된 FIFA 클럽월드컵이 있다. 기존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고 수십억 명이 지켜보는 사실상 유일한 국제 클럽 대항전이었다.
FIFA가 클럽월드컵 규모를 키우고 다른 대륙의 팀까지 끌어들이면서 UEFA가 독점하던 최상위 클럽 축구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일부 축구협회는 FIFA가 계획을 공개한 뒤에야 내용을 알게 됐다며 반발했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성명 대부분은 지분 매각이라는 개념 자체를 명확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BBC는 다수 UEFA 회원국이 이번 계획에 분노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UEFA는 28일 "FIFA의 계획은 축구를 이용해 자신들과 친구들을 부유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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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이 월드컵 보이콧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럽 국가가 빠진 월드컵은 대회의 상업적 가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보이콧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2030 월드컵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한다. 스페인은 모로코를 제치고 결승전 개최권을 가져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월드컵 자체를 거부하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의미다. 내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이 UEFA의 첫 대응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UEFA가 내년 FIFA 회장 선거에서 인판티노 회장의 대항마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UEFA 회원국은 55개에 불과하다. 다른 대륙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승리 가능성은 낮다.
BBC는 "체페린 회장과 유럽 지도자들이 인판티노 회장의 계획을 막으려면 매우 빠르게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짚었다.
현재로서는 인판티노 회장의 기세가 가장 강한 시점이다.
월드컵의 미래 수익을 민간 자본과 나눠 갖는 대가로 회원국에 막대한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 인판티노 회장은 이를 축구의 민주화라고 부르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FIFA의 자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사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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