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우상' 그래미 초월한 방탄소년단…왕관 걷어찬 '미움받을 용기' [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6.07.30 11: 45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눈앞의 화려한 왕관을 스스로 걷어차며 K-팝 산업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력인 그래미의 권위에 도전하며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도권을 역으로 쥐어 잡은, 그야말로 '거장'의 면모다.
앞서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은 29일 각자의 SNS를 통해 일제히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 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하며 "늘 함께 해주시는 아미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발표는 앞서 그래미 측이 다음 시상식에서 아시안 팝 장르를 포함한 새로운 부문 신설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읽혔다.
그래미 어워드는 2027년 2월 7일에 열리는 다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를 비롯해 '최우수 라틴 송(Best Latin Song)', '최우수 전통 팝 보컬 퍼포먼스(Best Traditional Pop Vocal Performance)', '최우수 R&B 컬래버레이션 또는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R&B Collaboration or Duo/Group Performance)', '최우수 전통 포크 앨범(Best Traditional Folk Album)' 등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은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하며, K-팝, J-팝, C-팝을 포함하되 이에 국한되지 않는, 아시아 시장에서 기원하거나 널리 인정받는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의 예술적 우수성을 인정하기 위해 신설됐다는 설명. 하지만 이를 두고 K팝을 주류 부문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중론이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시상식에 새롭게 신설된 ‘베스트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에서 그 누구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독보적인 아티스트다. ‘K-팝 최초 그래미 수상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은 전무후무한 기록이자 엄청난 유혹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영예 대신 후배 K-팝 아티스트들이 향후 부당한 차별 없이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닦는 선택을 했다. 당장 쟁취할 수 있는 트로피의 상징성보다 음악의 본질적 가치와 K-팝 산업의 미래가 훨씬 더 무겁다는 묵직한 화두를 전 세계에 던진 셈이다.
이는 미국 대중음악 권력의 정점인 그래미의 눈 밖에 날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용기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대다수의 K-팝 아티스트나 기획사들은 그래미의 이른바 ‘게토화(특정 부문 격리)’ 전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어렵다. ‘그래미 노미네이트’라는 수식어 자체가 거대한 마케팅 자본이자 훈장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진입 장벽과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묵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요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또한 이번 행보는 생각이 다른 타 아티스트나 팬덤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방탄소년단은 오직 K-팝의 미래와 글로벌 음악 시장의 바로잡힌 주도권을 위해 기꺼이 ‘미움받을 용기’를 선택했다. 아티스트가 시상식에 의해 평가받던 기존의 수동적 관계를 완벽히 부수고, 역으로 그래미의 보수성과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글로벌 팝 음악 시장의 판도를 재편한 모양새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UN 총회 연설대에 세 번 오르고, 미국 백악관에 초청받았으며, 전 세계 스타디움을 전석 매진시키고 FIFA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무대까지 호령한 바다.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문화 아이콘’이 된 이들에게 굳이 그래미의 인정이 더 필요할까. 방탄소년단은 트로피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그래미라는 낡은 우상을 단단한 용기로 초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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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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