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달랐지만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닮았다. 청문회의 가치를 또 한 번 스스로 깎아내렸다.
이번 청문회에서 나온 충격적인 질문은 지난 2018년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을 국정감사장에 세워놓고 연봉과 출퇴근 시간, 텔레비전 시청을 따졌던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진규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코치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전반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투명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민희 의원은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한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꺼냈다.
최 의원은 손흥민과 이재성이 해당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 홍명보 전 감독의 보복성 선수 기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경기 중 이강인과 김진규 코치가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제시했다.
최 의원은 김 코치에게 "이재성과 손흥민이 나오지 못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보복 차원인가. 여기는 국회다. 위증하면 안 된다"라고 물었다.
김 코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영상 속 선수가 다른 선수의 투입을 이야기한 장면도 언급했다. 김 코치는 해당 선수가 조규성이라고 설명했다.
질의는 곧바로 경기 패인으로 옮겨갔다. 최 의원은 "손흥민과 이재성이 남아공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축구 팬들은 보고 있다. 왜 졌느냐. 왜 그렇게 졸전을 벌이고 졌느냐"라고 물었다.
김 코치는 "경기를 하다 보면 여러 상황이 생긴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뛰지 않았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답변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최 의원은 "왜 졌느냐고요. 축구 팬들이 틀렸다는 것이냐"라고 재차 몰아붙였다. 이어 "저런 태도 때문에 우리나라 축구가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도 이 모양인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의 출발점부터 결론까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손흥민과 이재성의 결장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일부 팬들의 해석을 전제로 삼았다. 대표팀 코치가 다른 분석을 내놓자 설명을 듣기보다 "팬들이 틀렸다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팬들을 방패삼아 자신의 목소리를 키운 것.
경기 패인을 확인하기 위한 전술적인 질문도 없었다.
남아공의 수비 방식, 한국의 공격 전개, 선수들의 몸 상태, 손흥민과 이재성의 결장 이유, 선발 명단과 교체 판단은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왜 졌어요?"라는 질문만 반복됐다.
이 장면은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손혜원 의원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따지겠다며 선 감독을 증인으로 불렀다.
질의는 대표 선수 선발 기준보다 선 감독의 연봉과 근무 방식에 집중됐다.

손 의원은 선 감독에게 연봉을 물었고, 선 감독은 2억 원이라고 답했다. 판공비가 포함돼 있다는 설명에는 "무제한이라고 들었다"라며 별도의 의혹을 제기했다.
선 감독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손 의원은 "더 알아보겠다"라고 말한 뒤 질의를 넘겼다. 구체적인 근거나 추가 확인은 제시되지 않았다.
근무 시간도 문제 삼았다. 손 의원은 선 감독에게 몇 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지 물었다. 선 감독이 대표팀 일정과 업무가 있을 때 일한다고 답하자 "2억 원을 받으면서 그러느냐"라고 따졌다.
선 감독은 프로야구 경기를 매일 텔레비전으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손 의원은 "너무 편한 감독을 하는 것 아니냐"며 왜 야구장에 직접 가지 않는지 물었다.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하면 하루 5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경기를 확인해야 하는 대표팀 전임 감독에게 텔레비전 시청은 업무의 일부다.
손 의원은 이를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편한 업무'로 규정했다.
대표팀 선발 회의가 3시간 동안 진행된 이유도 따졌다. 7명이 모여 선수를 선발하는 데 왜 3시간이나 필요했는지 물었다. 선수 선발 과정의 충분한 검토를 문제 삼기보다 회의 시간이 길다는 사실 자체를 의혹처럼 제시한 셈이다.
선 감독이 소신에 따라 선수를 선발했다고 답하자 손 의원은 "선동열 감독 때문에 야구팬이 20% 줄었다",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라며 사과나 사퇴를 요구했다.
두 질의는 종목만 달랐다. 일부 팬의 주장을 객관적인 사실처럼 제시했다. 전문적인 업무를 단순한 상식의 문제로 바꿨다. 답변자가 설명을 시작하면 말을 끊었다. 끝에는 이미 준비된 평가와 책임론을 내놓았다.
손혜원 의원은 대표팀 전임 감독의 업무를 출퇴근 시간과 현장 방문 횟수로 평가했다. 최민희 의원은 월드컵 경기 패인을 "손흥민과 이재성이 뛰지 않았다"는 하나의 가설로 압축했다.
선동열 전 감독에게는 "텔레비전 보면서 편하게 일한다"는 질타가 돌아갔다. 김진규 코치에게는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 축구가 이 모양"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국정감사와 청문회는 스포츠인을 불러 호통치는 무대가 아니다.

행정 과정과 감독 선임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규정과 절차가 지켜졌는지, 책임자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자료와 사실로 확인해야 한다.
야구와 축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모든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질문을 준비할 때 해당 종목의 운영 방식과 기본적인 맥락을 확인할 책임은 있다.
2018년 선동열 전 감독 앞에서 드러났던 국회의 준비 부족과 일방적인 질의 방식은 2026년 김진규 코치 앞에서 다시 반복됐다.
8년이 흘렀다. 스포츠인을 대하는 국회의 질문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reccos23@osen.co.kr
사진=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