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청문회야?' 남아공 졸전만큼 부끄럽다...이러려고 홍명보·정몽규 불렀나 "그럼 왜 졌어요?" 황당 질문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6.07.30 13: 24

이걸 청문회라고 부를 수는 있는 걸까.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참사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황당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오전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를 열였다. 이 자리에는 최근 사임한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이용수 회장 직무대행, 김승희 전무이사, 김병지 부회장 등 증인 15명 중 13명이 참석했다. 월드컵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휴식을 취하던 홍명보 감독도 이번 청문회 참석을 위해 귀국했다.
여야 의원들은 주로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에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원인과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공정성, 협회의 방만 운영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먼저 임오경 의원은 "대한축구협회가 어느 날 갑자기 '현대'축구협회로 바뀌어있더라"라며 현대가가 오랫동안 축구협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그는 "또 정 전 회장도 고대, 옆에 앉은 홍 전 감독도 고대, 고려대 출신이 아니면 협회에 발도 못 딛는다는 '고대 카르텔'이란 말도 들어봤을 것"이라고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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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른바 고대 카르텔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로 판명난 지 오래다. 고대 카르텔은 홍 전 감독이 과거 2012 런던 올림픽(동메달)과 2014 브라질 월드컵(조별리그 탈락)에서 대표팀을 이끌 당시 고려대 출신 선수들만 여럿 뽑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여기에 감독을 비롯한 협회 고위직 인사들도 대부분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도 의구심을 더했다.
하지만 홍 전 감독의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 정말로 고대 카르텔이 문제인 적은 없었다. 오히려 '의리 축구'라고 비판받았던 그의 지나친 신뢰와 스스로 말했던 원칙을 깨는 용병술이 문제로 지적된 적은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박주영도 고려대 출신이지만, 그를 기용한 게 고대 카르텔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대 카르텔이라는 음모론은 홍 전 감독이 울산 HD를 지휘했던 기억 때문에 울산 선수들을 여럿 발탁했다는 '울산 카르텔'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게다가 대표팀 감독 중 고려대 출신은 거의 없다. 정 전 회장도 "제가 임명한 남자 대표팀 감독 25명 중 고대 출신은 1명이고, 여자 대표팀 감독 20여 명 중 고대 출신은 없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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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당혹스러운 질문은 넘쳐났다. 김석기 의원은 최휘영 문체부 장관을 향해 "이번 월드컵 탈락에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라고 물으며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엮으려 했고, 다른 의원들도 이미 여러 차례 다뤄진 홍 전 감독의 '빵집 회동' 및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공허한 질문만 던져댔다.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진의 원인과 대표팀 운영, 협회 운영의 문제점을 꼬집고 개선책을 묻는 말보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와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만 짚고 넘어가는 무의미한 질의가 반복됐다. 답변을 듣고 싶은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듣기 어려운 호통과 질타가 앞서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백미는 단연 최민희 의원의 질의였다. 그는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언급하며 한 유튜브 영상을 근거로 제기했다. 경기 도중 이강인이 김진규 코치와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재생하며 홍명보 감독이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로 기용하지 않은 게 보복성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해당 장면은 이강인이 조규성 투입을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최 의원은 이강인이 '손흥민을 출전시켜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은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로 이미 손흥민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뒤였다. 최 의원이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호통 칠 준비만 해왔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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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 의원은 김 코치를 향해 "이재성과 손흥민이 나오지 못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보복 차원인가"라고 물었고, 손흥민이 아닌 조규성이었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자 최 의원은 "여기는 국회다. 위증하면 안 된다"라고 몰아세웠다.
원하던 답을 듣지 못한 최 의원의 다음 질문은 더 당혹스러웠다. 그는 축구 팬들은 손흥민과 이재성이 남아공전에 출전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왜 졌느냐. 졸전을 벌이고 왜 졌느냐"는 황당한 문제 제기를 시도했다.
김 코치는 "경기를 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자신은 손흥민과 이재성이 뛰지 않아서 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 의원의 외침에 끊겨 답변을 마무리할 순 없었다.
최 의원은 "왜 졌느냐. 축구 팬들이 틀렸다는 것이냐"라며 "그런 태도 때문에 우리나라 축구가 이처럼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도 이 모양인 것"이라고 소리 질렀다.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청문회에 나온 건지 혹은 여론의 비판을 받는 이들에게 호통 치며 인기를 끌어 보려는 심산인지 뻔히 보이는 질문 퍼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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