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만능+축체부 카르텔+뒷배 문자까지.. 청문회서 고스란히 드러난 대한축구협회 수장의 시대 역행 장면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6.07.30 23: 39

 결과만 좋으면 중간 과정의 불법 혹은 부패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오만함이 고스란히 전국에 생중계됐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는 정몽규 전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시대착오적이고 낡은 행정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씁쓸함을 남겼다. 한국 축구가 침체된 이유가 입증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언은 "16강에 진출했더라도 청문회가 열렸겠느냐"는 질문에 나온 정 전 회장의 답변이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질문에 정 전 회장은 "16강 이상 진출했다면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임 의원은 "16강에 오르고 안 오르고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축구협회는 국민의 신뢰를 다 잃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청문회였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번 청문회는 단순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 때문이 아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 77억 원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의혹 등 곪아 터진 협회의 비위 행정을 가리기 위한 자리였다.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은 월드컵 16강이라는 성적표만 쥐었더라면 이 모든 부당 행정이 덮였을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었다. 과정의 공정함보다 성적을 면죄부로 삼아온 낡은 '성적 만능주의' 리더십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미니스타디움 건립 사업과 관련해 77억 원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협회가 사업계획서 상에는 임원실, 회장실, 전무실 등의 사무 공간을 짓지 않겠다고 명시해 국고보조금을 받아내고는, 실제 건축허가 도면에는 이러한 사무 공간을 포함시켜 정부를 속였다는 지적이었다. 
노 의원은 이를 "국가 세금을 빼 쓴 범죄"로 규정하며 보조금 관리법에 따라 부정 수급액의 500%를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협회가 그동안 외부의 감사와 견제를 어떻게 무력화해 왔는지도 드러났다. 정몽규 체제에서 축구협회 부회장을 거친 인사 중 무려 4명(차관·차관보 출신)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출신이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몽규 체제에서 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4명이 모두 감독기관인 문체부 차관·차관보 출신이었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은 이들에 대해 연봉과 수당, 법인카드 혜택을 누리며 친정인 문체부를 상대로 협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는 '축체부(축구협회+문체부)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KBS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1시 50분경에는 문체위 소속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정몽규 전 회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윤 의원이 정 전 회장에게 "정 선배님 부탁을 받았다.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하다"는 문자를 보냈고, 정 전 회장은 "신경 써줘서 감사하다. 다른 자리에서 인사하겠다"고 답한 정황이 드러났다.
윤 의원은 "지인을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주먹구구식", "청문회 무력화 시도"라며 다른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개인적 친분이 있어 보낸 사적인 문자이며 오후 질의는 강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부패와 난맥상을 추궁하는 엄중한 자리에서조차, 사적 인맥과 청탁이 통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letmeout@osen.co.kr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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