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홈런 빚, 7월 31일 세이브로 상환’ 박영현,’형제 대결 2차전에서 포효’ [이대선의 모멘트]
OSEN 이대선 기자
발행 2026.08.03 02: 59

피는 물보다 짙다지만 마운드와 타석 사이 18.44m 위에서 피어난 승부욕은 혈연보다 더 뜨거웠다. KT 위즈의 '클로저' 박영현이 한화 이글스 타자로 나선 친형 박정현을 상대로 완벽한 설욕전에 성공했다.
박영현은 지난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와의 시즌 9차전에서 5-3으로 앞선 9회초 구원 등판했다. 2사 2루 위기. 한화 벤치가 대타 카드로 꺼내 든 인물은 다름 아닌 그의 형 박정현이었다. 수원 야구장의 모든 시선이 마운드와 타석으로 쏠렸다.
불과 한 달 전이었던 7월 1일 대전 경기, 동생은 형에게 무릎을 꿇었다. KBO리그 역대 최초 '형제 투타 맞대결 홈런'이라는 진기록의 희생양이 됐던 것. 148km 직구를 던졌다가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한방을 맞고 자존심을 구겼던 동생이었다.

이날도 위기는 찾아왔다. 2B-1S의 불리한 카운트, 여기에 폭투까지 겹치며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포수 한승택의 직구 사인에 박영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선택은 슬라이더. 궤적을 달리한 변화구에 형의 타구는 우익수의 글러브에 담겼다. 형을 범타로 처리하며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순간 박영현은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의 환호를 질렀다. 지난달의 아쉬움을 완전히 씻어낸 짜릿한 세리머니였다.
7월 1일 맞대결 이후 약 한 달만에 수원에서 만난 박정현-박영현 형제
동생을 상대로 짜릿한 홈런 날렸던 형 박정현의 타격
아쉬워하며 고개 떨군 형 박정현
투수 동생과 타자 형의 희비교차
대전에서 맞았던 홈런 빚, 홈 수원에서 세이브로 상환
아쉬워하는 한화 박정현
환호하는 동생 박영현,'형제의 뜨거운 승부욕에 KBO 팬들은 즐겁다'
팀의 4연승과 함께 시즌 20번째 세이브 그리고 3년 연속 20세이브라는 대기록이 완성된 순간이기도 했다. 박영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이제 형과의 승부는 심리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밝힌 그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계속 심리전을 걸고 있다. 내일 가족들과 밥을 먹는데 그 자리에서 놀려줄 생각"이라며 웃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투닥거리는 평범한 형제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프로선수였다. "앞으로 형은 언제 나와도 상관없다.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며 선전포고를 던졌다.
패기 넘치는 동생의 판정승 그리고 가족 식사 자리까지 이어지는 귀여운 심리전. 승패를 떠나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는 이 멋진 형제의 승부욕이 2026 KBO리그의 여름을 더욱 뜨겁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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