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물러났던 사비 알론소(45) 감독이 첼시에서 다시 출발한다.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본 알론소 감독은 경험 많은 선수들을 불러 모으며 젊은 첼시의 체질을 바꾸려 한다.
영국 'BBC'는 3일(한국시간) "사비 알론소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첼시의 베테랑 혁명을 이끌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첼시는 프리시즌 투어를 위해 호주를 찾았다.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하는 알론소 감독의 모습은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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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론소 감독은 시드니FC의 훈련장인 스카이 파크에서 선수들에게 정확한 짧은 패스를 연결하고, 자신의 전매특허였던 긴 대각선 패스까지 직접 선보였다.
뛰어난 빌드업 능력을 갖춘 중앙 수비수 리바이 콜윌도 알론소 감독의 패스를 보며 "질투가 날 정도"라고 말했다.
알론소 감독이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아버지 페리코 알론소의 영향이 컸다. 페리코는 스페인 대표팀과 레알 소시에다드, 바르셀로나에서 뛰었고 은퇴 후 지도자로 활동했다.
어린 시절 알론소는 다음 날 훈련을 준비하는 아버지 옆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알론소 감독은 "나에게 낯선 길은 아니었다. 집에서 이미 그런 모습을 봤다. 운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번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곧바로 최고 수준에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14세 이하 팀에서 출발했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 내가 원했던 방식이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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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능했던 선수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도자 생활도 서두르지 않았다. 유소년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뒤 바이어 레버쿠젠을 맡았고, 독일 축구 역사에 남을 성과를 만들었다.
레버쿠젠은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독일에서 '네버쿠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알론소 감독은 2024년 레버쿠젠을 구단 역사상 첫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이끌었다.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정상에도 오르며 국내 대회 더블을 달성했다.
알론소 감독은 당시 성과를 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일이었다"라고 표현했다.
레버쿠젠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5월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았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비롯한 핵심 선수들과 충돌했다는 스페인 현지 보도가 나온 뒤 구단과 상호 합의로 결별했다.
화려한 선수 경력과 레버쿠젠에서의 성공을 이어가던 알론소 감독에게는 드문 실패였다.
그는 "다행히 내 경력에 상처가 많지는 않다. 하나의 상처가 생겼고 이제는 아물었다"라며 "마드리드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다음 단계를 즐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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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을 두고 나 자신을 매우 비판적으로 돌아봤다.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실망스러운 경험에서도 배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뒤 첼시에 부임하기까지 약 4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알론소 감독은 이 기간을 "에너지를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재충전을 마친 알론소 감독은 첼시 훈련장에서 강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와의 프리시즌 경기를 앞두고 전체 훈련을 진행한 뒤 니콜라 잭슨과 모이세스 카이세도를 따로 불러 추가 훈련도 실시했다.
알론소 감독은 직접 등을 지고 공을 지키면서 두 선수와 몸싸움을 벌였다. 선수들을 밀어내고 공을 빼앗기지 않는 방법을 몸소 보여줬다.
팀워크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선수들이 시드니를 둘러보고 영화관과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자유 시간을 제공했다. 선수단 전체가 새롭게 단장한 노스 시드니 올림픽 수영장을 찾아 호주의 겨울 바다를 체험하기도 했다.
첼시행은 신중하게 결정했다. 알론소 감독은 지난 5월 초부터 약 3주 동안 런던과 자신의 고향 산세바스티안에서 구단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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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리버풀 대신 첼시를 선택한 이유를 두고 여러 질문이 나왔으나 리버풀은 알론소 감독에게 공식 제안을 보내지 않았다. 알론소 감독도 지난달 "시기가 나를 리버풀이 아닌 첼시로 이끌었다"라고 밝혔다.
알론소 감독은 "외부에서 첼시를 바라본 나름의 시각이 있었다. 긍정적인 부분과 우려되는 부분을 모두 확인했고 이를 구단에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단과 나는 같은 생각과 분석을 공유했다. 함께 추진력을 만들기 시작하고 싶었다. 우리가 함께 움직이고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결정을 내린 이유"라고 설명했다.
첼시는 알론소 감독의 구상에 맞춰 선수단 개편에 나섰다. 아스톤 빌라에서 공격수 모건 로저스를 영입하는 데 1억 1700만 파운드(약 2277억 원)를 투자했다.
로저스는 첼시의 최우선 공격 보강 대상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아스날도 관심을 보였으나 첼시가 영입 경쟁에서 승리했다.
아탈란타에서는 측면 수비수 마르코 팔레스트라를 데려왔다. 알론소 감독이 레버쿠젠에서 활용했던 전술 체계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라요 바예카노의 왼쪽 수비수 펩 차바리아와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알론소 감독은 구단의 지원을 두고 "몇 걸음은 내디뎠지만, 여전히 몇 걸음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알론소 감독은 언론 앞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선수 영입과 선수단 운영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인상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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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보엘리와 클리어레이크 캐피털 체제에서 '헤드 코치'가 아닌 '매니저' 직함을 받은 첫 번째 지도자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구단의 5명 스포츠 디렉터가 여전히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알론소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이들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첼시는 젊은 선수만을 모으던 기존 정책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35세 공격수 대니 웰벡이 첼시 합류를 앞두고 있다. 프리시즌 선수단에 합류해 주앙 페드루의 백업을 맡고, 라커룸에서도 경험을 전할 예정이다.
36세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도 첼시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첼시는 알론소 감독과 레버쿠젠에서 함께했던 그라니트 자카 영입을 추진했으나 선덜랜드와 합의하지 못했고 헨더슨으로 방향을 돌렸다.
헨더슨은 이번 여름 월드컵에서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리더로 활약했다. 첼시에서도 목소리를 내며 선수단의 기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알론소 감독이 선수 생활 말년 바이에른 뮌헨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 맡았던 역할과 비슷하다. BBC는 이를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수단을 보유한 첼시의 '베테랑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첼시는 최근 몇 년 동안 선수들의 규율 문제와 세트피스 수비에서의 약점, 리더십과 라커룸 문화 부족을 지적받았다. 알론소 감독은 젊은 선수들과 경험 많은 베테랑들을 섞어 균형을 맞추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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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로 다른 성격과 성숙 단계에 있는 선수들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선수단 내부 문화도 알론소 감독이 바꾸려는 부분이다. 그는 "바스크 지역에는 공동의 목적과 문화에 대한 강한 의식이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알론소 감독은 첼시의 해외 투어를 앞두고 열린 구단 직원 경기에도 직접 참가했다. 승리한 팀의 득점을 도우며 직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개인적으로도 런던행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18세, 16세, 12세 자녀를 둔 알론소 감독의 가족도 런던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기대하고 있다.
첼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0위에 그쳤고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알론소 감독은 첼시의 상황이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보였던 것만큼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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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한 달을 맞은 알론소 감독은 자신이 기대했던 변화가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수 시절 세계 정상에 섰던 그는 이제 감독으로 프리미어리그의 거대한 구단에 자신의 색을 입히려 한다.
알론소 감독은 첼시행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며 먼저 가슴을 가리켰고, 이어 머리와 배를 가리켰다.
그는 "결정은 가슴과 머리에서 나와야 한다. 직감에서도 나와야 한다. 구단과 나 모두에게 좋은 시기라고 느꼈다. 좋은 기회였고 감독이라는 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