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에서 유색인종(히스패닉) 백설공주를 만드는 세상이다. 소수와 약자,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PC주의(정치적 올바름)가 확산되면서 생긴 현상들 가운데 하나이다. 백인의 전래동화 '백설공주'의 주인공에 색깔을 입히는게 배려라니, 이 얼마나 오만방자한 편견일까. 세상 모든 민족에게는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신화, 동화가 있다. 굳이, 생뚱맞은 정체불명의 캐릭터를 배려랍시고 받을 필요는 없을게다. 일부 기득권의 그릇된 자만심이 오히려 PC주의를 오염시킨다는 게 기자의 삐뚤어진 시선입니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어워즈의 '베스트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 신설과 방탄소년단(BTS)이 이에 반발해 출품을 거부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느껴진다. 방탄 멤버들은 그래미 주최 측의 이번 방침에 지난 달 29일 각자의 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 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놨다.
한 마디로, 음악 시상 부문을 특정 지역으로 나누는 데 반대한다는 이야기다. 그래미가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가요시상식이라면 방탄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수 있다. 하지만 이제 70세를 코앞에 둔 그래미시상식은 자칭타칭 글로벌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지금까지 수많은 부문을 만들고 없앴지만 지역 한정판 시상이 생긴 건 유례를 찾기 힘들다.(명멸한 부문이 워낙 많고 자주 바뀌다보니 '없다'고 단정은 못하겠습니다.)


이에 그래미 측은 재빨리 해명을 내놨다. 주관사 레코딩 아카데미의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최근 "방탄소년단이 올해 그래미 어워즈 출품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나 역시 음악 창작자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전했다. 여기까지는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타깝지만 이해한다니.
이어서 그는 "현재 논의 과정에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을 명확히 하고 싶다.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탄생하는 팝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놀라운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신설됐다. 이 새로운 부문의 취지는 아시아의 훌륭한 아티스트들에게 집중적인 조명을 비추는 데 있다. 부문이 늘어난다는 것은 더 많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인정받게 됨을 의미한다. 우리의 1만 5,000명 그래미 투표단이 인정하는 대상을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장난같다. 까맣게 그을린 백설공주와 다를 게 없다. 큰 물에서 같이 놀지 말고 너희도 많이 컸으니 이 정도 우물은 마련해줄게 라는 배려(?)로 들린다. 과거 미국의 흑백 분리정책, 같은 식당에서 밥 먹고 같은 학교에서 배우는 걸 금지한 것과 뭐가 다르려나. 결국, "나누겠다"는 건 아닌가요?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분명히 밝혀두고 싶은 점은, 아시안 팝이나 재즈, 컨트리 같은 장르 부문에 음악을 출품한다고 해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포함한 제너럴 필드 부문 출품 및 심사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라며 "장르 부문에서의 인정과 제너럴 필드에서의 인정이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아티스트는 두 가지 모두를 절대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결론에서 알 수 있다. 두 가지 모두를 추구할 수 있다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쫓으란 강요이다. 그냥 같이 사냥하면 안되는 건가요?
이에 대해 본지 최이정 국장의 기사 한 토막을 빌려왔다. "이번 사태는 그래미가 신설한 ‘아시안 팝’ 부문이 K-팝의 글로벌 위상을 인정하는 척도가 아닌, 오히려 이들을 본상(제너럴 필드)에서 격리하려는 ‘독이 든 성배’이자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이라는 본질을 꿰뚫어 보게 만들었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인지하고 하루만에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탄생하는 팝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신설된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뻔한 말장난'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제대로 짚었다. 차별과 편견의 벽을 뚫고 같은 무대에서 겨뤄 승리한 전적을 쌓은 이들(방탄소년단 BTS)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장을 넓히기 위해 너희들만의 '우물'을 파줬다는 선심 생색은 코흘리개 아이라도 콧방귀 뀔 게 분명하다./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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