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벤트 매치라고는 하지만, 저한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선수 시절과 똑같은 진짜 ‘경기’예요.”
2013년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LOL 팬들의 뇌리에 SK텔레콤을 각인시킨 한 해였다.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야외 결승전 0-2 라는 최악의 상황을 ‘패패승승승’으로 뒤집고 국내 정상에 올랐던 SK텔레콤은 가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정상까지 올라가며 SK텔레콤이라는 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한 쪽으로 입꼬리 올라가 소위 ‘썩소’가 너무 어울렸던 무적함대 SK텔레콤 K의 원거리 딜러 ‘피글렛’ 채광진도 어느덧 30대가 됐다. 현재 T1 아카데미에서 프로 데뷔 전문반 강사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가 오랜만에 선수로서 팬들 앞에 선다. 4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리는 ‘LCK 레전드 매치’를 통해서다.

OSEN은 지난 7월 23일 서울 선정릉에 위치한 T1 아카데미에서 ‘피글렛’ 채광진을 만나 과거 낭만의 시대로 불렸던 2013년 시즌3 시절의 향수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화끈함 입담을 갖고 있는 그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대회의 섭외 요청이 들어왔을 때, 그는 주저함 없이 “감사하게 바로 하겠다”고 답했다. 은퇴 후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은퇴 선수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가슴속 승부욕은 현역 시절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옛 롤을 즐기며 대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5픽은 선택권도 없던 시절… 매운맛 다 못 전해 아쉬워”
옛 버전의 롤을 다시 접한 채광진 강사의 머릿속에는 한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승부를 겨뤘던 전성기 시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특히 그는 내심 옛 솔로랭크 특유의 '야성'이 그대로 재현되길 내심 바랐다며 유쾌한 입담을 쏟아냈다.
“진짜 완전 '찐 옛날' 솔랭 감성이 나오길 바랐어요. 픽 순서에 밀리면 가고 싶은 라인도 못 가고, 5픽은 선택권조차 없던 그 빡빡한 '야만의 시대' 말이죠. 요즘 유저분들께 ‘옛날엔 진짜 이랬다’는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라인 지정 등 편의성이 조금 적용돼서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웃음)”

오랜만의 출전이지만 경기력에 대한 걱정은 단칼에 일축했다. 옛날 룬 페이지 세팅을 복기하는 것 외에 플레이 자체는 몸이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선수 시절 워낙 연습을 많이 해뒀던 터라 실전 감각은 전혀 문제없다”며 웃어 보였다.
‘팀 삼성 텔레콤’ 결성… “짧은 시간이지만 합 잘 맞추겠다”
'피글렛' 채광진은 이번 대회에서 삼성 갤럭시 왕조와 SKT T1의 전설들이 뭉친 ‘팀 삼성 텔레콤’의 원딜 라이너로 활약한다. ‘폰’ 허원석, ‘스피릿’ 이다윤 등 평소 친분이 있던 선수들과 아직 어색한 ‘루퍼’ 장형석, ‘하트’ 이권형 에게는 본인이 먼저 열심히 다가가며 팀 케미스트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귀뜸했다.

팀원 모두 현업과 일정이 있어 다 같이 모여 길게 연습하기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분위기는 더없이 좋다는 것이 그의 말. 서포터로 호흡을 맞출 ‘하트’ 이관형이 대회 전 다 같이 모여 합을 맞춰보자고 먼저 제안하며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팀인 ‘팀 이걸 CJ 롤스터가(막눈·인섹·쿠로·캡틴잭·고릴라)’ 역시 초창기 팬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전설적인 플레이어들로 구성돼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채광진 강사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상대 팀이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몰라도, 저희는 주어진 시간 동안 합을 잘 맞춰서 팬분들께 옛 추억과 함께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치열했던 야만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후학을 양성하는 스승이 된 채광진. LOL 레전드 매치에서 낭만의 시절 팬들을 설레게 했던 ‘피글렛’의 날카로운 컨트롤이 다시 한번 무대에서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