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온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의 철학과 뚝심이 K팝 글로벌 확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한 안무 기록을 넘어 '퍼포먼스 영상'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고퀄리티 콘텐츠 장르를 개척해내며 K팝의 세계적 경쟁력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다.
이처럼 양현석 총괄이 퍼포먼스 비디오에 미학적인 집념을 불태울 수 있었던 바탕에는 30여 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축적된 그의 근본적인 '안무 DNA'가 자리 잡고 있다.
어린 시절 전문 댄서로 명성을 떨친 그는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해 가요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1집부터 4집까지 전 곡의 안무를 양현석 총괄이 직접 제작했다는 사실은 업계의 공공연한 전설이다. 본인이 한 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성향 탓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지닌 안무에 대한 집착과 감각은 훗날 빅뱅의 ‘거짓말’, ‘마지막 인사’, 2NE1의 ‘Fire’ 등 YG 대표곡들의 안무 제작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음악 방송의 한계를 넘어 아티스트가 구현하고자 하는 비주얼과 안무의 본질을 '퍼포먼스 비디오'라는 독립된 영역으로 확장한 인물이 양현석 총괄이다. 단순히 사복 차림의 동선을 기록하는 기존 'DANCE PRACTICE'를 넘어, 대규모 댄서진과 화려한 무대 효과를 입혀 뮤직비디오 이상의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콘텐츠를 구축해 냈다.

오늘날 K팝 아이돌 시장에서 '퍼포먼스 영상'은 신보 발표 시 절대 빠질 수 없는 필수 프로모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신곡을 발표하면 공식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순차적으로 여러 콘텐츠를 공개하는데, 그중에서도 퍼포먼스 영상은 신보의 정체성과 색깔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지표가 됐기 때문이다. 세계를 뒤흔든 블랙핑크만 하더라도 뮤직비디오는 물론 다수의 퍼포먼스 영상이 수억 뷰를 넘나드는 대기록을 세웠고, 이는 곧 유튜브 구독자 1억 명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흐름을 일찌감치 내다본 양 총괄은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는 흐름 속에서도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시장의 본질적인 확장성에 주목했다. 블랙핑크 데뷔 초기부터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 숏폼의 가벼움을 넘어 작품성까지 확보한 '퍼포먼스 영상'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양 총괄의 직접적인 참여와 집요한 디테일이다. 양현석 총괄은 지금까지 YG가 제작한 약 170여 편의 퍼포먼스 및 안무 연습 영상을 직접 기획하고, 안무와 최종 편집까지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퍼포먼스는 음악과 함께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안무 자체의 맛과 장점들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세트 기획과 안무 구성까지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양현석 총괄의 뚝심에서 시작된 제작 방식이 이제는 K팝 산업 전체의 흥행 공식이자 표준이 됐다. 음악과 퍼포먼스의 본질에 집중하며 타협 없이 고퀄리티를 추구해 온 그의 고집이 K팝의 영역을 어디까지 넓혀놓을지 기대가 모인다.


/seon@osen.co.kr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