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았다" 한국 올 일 없었을 텐데…前 삼성 투수의 뼈저린 후회, 그때 그 황당 사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6.08.12 06: 01

[OSEN=이상학 객원기자] 그때 그 사고가 없었더라면 한국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벌써 8년 전 일이지만 삼성 라이온즈 출신 투수 벤 라이블리(34·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겐 지금도 가슴 깊이 후회되는 사건이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스쿠터 사랑과 관련 사고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부상 재활 중이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해리슨 베이더가 지난달 27일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다 소방차 후미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전동휠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차 바퀴에 발이 깔려 족저근막염 부상이 악화된 베이더는 시즌 아웃됐고, 개인 귀책 사유로 잔여 연봉 지급까지 중단됐다. 
비슷한 과거 사고로 라이블리의 사례가 언급됐다. 지난 2018년 여름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트리플A 리하이밸리 아이언피그스 소속이었던 라이블리는 버팔로 원정에 호버보드를 가져갔다. 발판 위에 서서 무게 중심을 이용해 이동하는 전동휠인데 라이블리는 버팔로에서 경기를 앞두고 덕아웃 앞에서 호버보드를 탔다. 그러나 호버보드가 구멍에 빠지면서 크게 넘어졌고, 오른쪽 쇄골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사진] 클리블랜드 벤 라이블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때는 그게 최신유행이었다”고 호버보드를 떠올린 라이블리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잘 몰랐고, 완전히 굴러떨어졌다. 필라델피아 구단이 벌금을 크게 물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혼났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콜업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야구 외적인 부주의로 다쳤고, 수술은 피했지만 두 달간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라이블리는 “커리어 내내 그 일에 대해 바보 같다고 느꼈다”며 후회했다. 
결국 그해 9월 필라델피아에서 양도 지명(DFA) 처리된 라이블리는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했지만 2019년 메이저리그 1경기 등판으로 끝났다. 그해 8월 삼성과 계약하며 한국으로 넘어간 라이블리는 2021년 6월 어깨 부상으로 방출되기까지 KBO리그에서 3시즌을 보냈다. 한국에서도 옆구리, 손가락, 어깨 등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고 이후로 커리어가 정체되며 20대 전성기 구간을 낭비했다. 
2023년 5월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라이블리는 2024년 클리블랜드에서 풀타임 선발(29경기 151이닝 13승10패 평균자책점 3.81)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개막전 선발까지 맡았지만 5월에 팔꿈치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재활을 거쳐 지난달 말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실전 등판 중이다. 
[사진] 클리블랜드 벤 라이블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이더나 라이블리처럼 전동휠로 인한 사고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노심초사하는 부분이다. 디애슬레틱은 ‘구단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스쿠터 문제는 베이더의 사고 이후 선수들에게도 불편한 주제로 떠올랐다. 전동 스쿠터가 보편화되면서 야구계 일부에서 품어온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지도자들과 구단 임원들은 스쿠터가 가진 출력을 걱정한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유 스쿠터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걱정하며 선수들이 헬멧을 쓰고 있는지도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러나 구단이 선수들의 스쿠터 사용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메이저리그 노사 단체협약(CBA)에 명시된 표준 선수 계약서에는 선수들이 자동차 경주, 오토바이 경주, 스키, 스카이다이빙 등 고위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복싱, 레슬링 또는 기타 경쟁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도 금지한다. 하지만 442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서에는 스쿠터에 대한 내용이 없다. 다가올 노사 협상을 앞두고 구단주 측이 제시한 최근 제안서에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는 100가지 이상 다양한 활동 목록이 있는데 스쿠터나 전기 자전거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동 수단으로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에 야구장이 있는 클리블랜드, 볼티모어 오리올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선 적잖은 선수들이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스쿠터를 이용하고 있다. 구단들이 신인이나 시즌 중 콜업된 선수들의 거처를 구장 주변에 마련하면서 스쿠터가 더욱 애용된다. 
[사진] 디트로이트 켄리 잰슨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테랑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디트로이트)도 스쿠터 애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차를 타고 교통체증에 갇히는 것보다 낫다. 스쿠터를 타는 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베이더가 뭘 하다 어떻게 다쳤는지 모르겠지만 스쿠터를 타다가 다치려면 정말 극단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며 사고의 위험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대학교 3학년 때 스쿠터를 타다 도로의 움푹 패인 곳에 부딪쳐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던 내야수 데이비드 해밀턴(밀워키 브루어스)도 “너무 무모하게 타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륜차와 마찬가지다. 오토바이도 엄밀히 말해 안전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탄다”며 조심해서 타면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나 사고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디애슬레틱은 ‘베이더의 사례로 향후 CBA 제안서에는 더욱 구체적인 조항이 포함될 수 있다. 베이더는 선수노조를 통해 이의 제기할 수 있지만 해결책이 빠르게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waw@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 해리슨 베이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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