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KeG] 고교·대학 연계부터 e스포츠 공원까지… 대전시가 꿈꾸는 'e스포츠 연고제'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6.08.15 19: 29

"선수들이 생계 걱정 없이 게임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자체 연고 사업의 핵심입니다."
제18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 전국 결선 현장에서 만난 장엄섭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리의 목소리에는 깊은 확신이 묻어났다. 단발성 대회 유치와 일회성 행사에 그쳤던 기존 지자체들의 e스포츠 사업 공식이 대전에서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21년 9월 대전e스포츠 경기장 '드림 아레나'를 개소한 이래, 생색내기식 유치 경쟁에서 벗어나 '선수 육성'과 '지속 가능한 팀 운영'이라는 본질을 끈질기게 파고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본업을 병행하며 '투잡'으로 무대에 나선다. 안정적인 고정 수익이 없다 보니 오롯이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장엄섭 대리는 이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진흥원 예산 지원 중 가장 큰 비중을 과감하게 선수들의 인건비에 배정했다"며 "선수들이 연습 도중 생활고를 걱정해 마우스를 놓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인 밑받침을 해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고 밝혔다.

행정적인 문턱도 대폭 낮췄다. 공공 예산(국비·시비) 집행 및 정산 과정에서 서류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팀을 위해 진흥원이 직접 행정 처리를 밀착 지원한다. 서포터 역할에 집중하는 대신, 선수단 구성이나 코치진 지도권 등 게임 판 내부 영역은 100% 팀의 자율성과 전권을 보장하는 철칙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장엄섭 대리는 "행정기관이 예산을 쥔 갑의 위치에서 게임 운영에 개입하면 절대 생태계가 자립할 수 없다"며 명확한 선을 그었다. 여기에 스틸시리즈 같은 유력 외부 기업의 스폰서십까지 대전시가 직접 발로 뛰며 유치해 팀의 자립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은 눈부신 성과로 증명됐다. 대전시 연고 팀 '오토암즈'는 최근 이터널 리턴 시즌 10에서 예선 1·2라운드부터 본선 무대까지 한 차례도 왕좌를 놓치지 않고 싹쓸이 우승을 거두며 이른바 ‘골든로드’를 달성했다.
단순히 성적만 좋은 것이 아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타종목 프로 팀을 연상케 하는 팬덤의 응집력이다. 오토암즈의 공식 디스코드 채널 회원 수는 최근 5000명을 가볍게 돌파하며 이터널 리턴 프로 팀들을 제치고 단연 규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장엄섭 대리는 커뮤니티 성과를 언급하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팬들이 채널에 '대전시 담당자분들 정말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따뜻한 한마디를 남겨주실 때 행정가로서 가장 뭉클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e스포츠의 본질은 결국 팬에 있고, 대전의 가장 큰 자산은 전국 최고 수준의 열정을 보여주는 오토암즈 팬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종목 초창기부터 대전 경기장을 꾸준히 방문하며 유대를 쌓아온 개발사 님블뉴런과의 견고한 파트너십도 성공 사례의 단단한 주춧돌이 됐다.
이제 대전시의 시선은 한 단계 더 높은 미래의 청사진을 향해 달리고 있다. 관내 계룡디지텍고 e스포츠과 및 우송정보대 등 지역 교육 기관들과 손을 잡고 '고교-대학-경기장-연고 팀'으로 이어지는 선수 발굴 파이프라인을 촘촘하게 다지는 중이다. 단순한 선수 공급을 넘어 매니지먼트, 방송 인재 등 e스포츠 산업 전반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지역 내에서 완벽하게 자급자족하겠다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최종적인 장기 목표는 경기장인 '드림 아레나'가 위치한 엑스포 과학공원 일대를 'e스포츠 공원'으로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대전이 자랑하는 탄탄한 과학·바이오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선수들의 생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관리하는 케어 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상시 훈련과 실전 경기가 모두 치러지는 e스포츠 메카 거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장엄섭 대리는 현장의 모든 관계자와 팬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를 건넸다.
"공공기관으로서 해드릴 수 있는 역할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전국의 모든 e스포츠 담당자들은 선수와 팬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개선해야 할 방향을 편하게 말씀해 주시고, 대전시가 꿈꾸는 도전에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뜨거운 응원을 부탁드린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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