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백인천 감독님,
경기장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승부사였지만 사적 대화에서는 그토록 따뜻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던 감독님.
많은 팬과 후배선수들에게 강한 정신적 야구를 강조하셨고 그 정신이 프로야구 출발부터 후배선수들의 큰 가르침이 되어 오늘날 프로야구는 물론 아마추어 학생 야구까지 잘 전달되어 전체적인 한국야구 수준의 극적 향상을 이루어 왔습니다.

저하고는 선수 시절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고 그저 해설자와 감독의 관계였지만 오랜 기간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감독님의 야구 철학을 깊이 이해하게 됐고, 그 야구 철학을 조금이나마 전파하면서 인간적인 유대가 생겼지요.
특히 감독님의 의식이 끊어지기 전날(13일) 오후에 주신 전화의 말씀, 즉 “김 위원 고마워. 정말 그동안 고마웠어” 하신, 근래 보기 드문 건강한 목소리를 듣고 기뻤습니다만, 그것이 저에게 주신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존경하는 감독님, 선수 시절의 화려한 기록들과 첫출발한 한국프로야구 선수 시절에서의 ‘불멸의 4할대 타자의’ 기록 등 한국야구 기록에 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쓰러지시고 난 후부터 대단한 정신력으로 재활 훈련 하시는 모습을 그동안 수차례 보아왔기에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습니다.
KBO장으로 감독님을 보내드리면서, ‘장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감독님께서 저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로 여깁니다. 사실 어쩌면 평소 감독님의 승부에 대한 강한 집념이나 야구를 신앙으로 생각할 정도의 감독님이시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무한신뢰하는 감독님을 떠올리며, 삶의 지표를 생각하면서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욱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며 저역시 얼마 남지 않은 삶의 행로를 자랑스럽게 느끼며 훗날 천국에서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뵙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으로 마지막까지 슬픔을 참으면서 경동고 동문들의 진한 모습을 보며 그들이 진정으로 감독님을 사랑하고 또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자랑스런 동문들을 두고 가시는 발길이 가볍지는 않겠지만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고 편히 쉬십시오.
2026년 8월 17일
KBO 백인천 장례위원장 김소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