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이 아니라 훈련한 자신을 믿는 것" 세계 톱랭커 모조리 무너뜨린 안세영의 단순한 해답 [오!쎈 현장]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8.26 01: 21

"어떻게 하면 너를 이길 수 있어?"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패한 왕즈이(26, 중국)가 안세영(24, 삼성생명)에게 직접 물었다. 안세영은 웃으며 "비밀"이라고 답했지만, 이내 특별할 것 없는 답을 내놨다. 더 열심히 훈련하고, 그렇게 준비한 자신을 믿는 것. 안세영이 밝힌 '퍼펙트 우승'의 비결이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 인드라 간디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49분 만에 2-0(21-17 21-14)으로 꺾었다.

[사진] BWF 소셜 미디어

지난 2023년 이후 3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되찾은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준준결승 한웨와 준결승 왕즈이, 결승 야마구치까지 대표적인 경쟁자들을 모두 2-0으로 제압했다.
안세영과 왕즈이는 준결승 다음 날 특별한 방식으로 다시 만났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은 24일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왕즈이가 일일 기자로 변신해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왕즈이는 준비한 질문을 꺼내기에 앞서 가슴에 손을 얹으며 긴장된다고 말했다. 안세영도 "오늘의 기자군요"라고 인사하며 웃었다. 코트에서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경쟁자였지만 네트 밖에서는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였다.
첫 번째 질문은 준결승 당시 최고 심박수였다. 안세영이 "아마 194 정도였다. 정말 힘들었다"라고 답하자 왕즈이는 자신도 192~193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안세영은 "나보다는 낮다. 나는 너무 지쳤다"라고 웃었다. 왕즈이도 "너도 알겠지만 나 역시 정말 지쳤다"라고 받아쳤다. 두 선수의 준결승은 2-0으로 끝났지만 첫 게임부터 24-22 듀스 접전이 펼쳐질 정도로 치열했다.
회복을 위한 식단은 의외로 간단했다. 안세영은 흰쌀밥과 닭고기를 먹는다고 답했고, 왕즈이 역시 닭고기나 소고기를 섭취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질문이 핵심이었다. 왕즈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너를 이길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질문을 이해한 안세영과 왕즈이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고 주변 관계자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안세영은 "비밀이다. 나는 항상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한다. 아주 단순하다"라고 답했다.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종합 1위에 올랐다.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8.25 /cej@osen.co.kr
안세영은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더 열심히 훈련한다'는 답변의 의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의 비결은 단순히 강한 정신력이 아니라 훈련한 자신을 믿고 코트에서 주저하지 않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정신력보다는 훈련한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 있게 경기하는 것이 흐름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훈련해온 나를 믿고 준비한 모습이 경기에서 그대로 나올 수 있도록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우승은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부상 여파로 일본 오픈과 중국 오픈을 건너뛴 안세영은 세계선수권을 복귀 무대로 삼았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통증이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안세영은 "아직도 통증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초반에는 움직임에 머뭇거림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계속 경기하면서 점차 적응했다"라고 돌아봤다.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종합 1위에 올랐다.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6.08.25 /cej@osen.co.kr
이어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몸이 거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런 감각을 다시 찾았다는 점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큰 기대보다는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지만, 실전을 치를수록 몸이 살아나면서 예상 이상의 결과까지 얻었다는 설명이다.
왕즈이가 안세영을 이기는 방법을 궁금해한 데는 이유가 있다. 안세영은 이번 승리로 왕즈이와 통산 상대 전적에서 21승 5패를 기록했다. 최근 14차례 맞대결에서는 13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왕즈이는 올 시즌 안세영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선수다.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꺾으며 상대 결승전 10연패를 끊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첫 게임 게임포인트를 먼저 잡으며 안세영의 무실게임 우승을 가장 강하게 위협했다.
두 선수의 다음 격전지는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각 한국과 중국의 여자단식 간판인 만큼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놓고 만날 수 있다.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종합 1위에 올랐다.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6.08.25 /cej@osen.co.kr
왕즈이는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웃으며 다짐했다. 안세영의 답도 달라지지 않았다. 상대보다 특별한 비밀을 찾는 대신, 자신이 해온 훈련을 믿고 코트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선수권에서 한 게임도 내주지 않은 안세영의 답은 단순했지만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reccos2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