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연맹(UEFA)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상대로 형사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월드컵을 비롯한 FIFA 주관 대회의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했던 계획을 두고 인판티노 회장에게 ‘배임에 해당하는 부실 경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영국 'BBC'는 28일(한국시간) "UEFA가 폐기된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계획과 관련해 인판티노 회장을 상대로 스위스에서 형사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라고 보도했다.
BBC가 확인한 법원 서류에 따르면 UEFA는 향후 스위스에서 진행할 형사 절차에 사용할 증거와 문서에 접근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UEFA는 인판티노 회장뿐만 아니라 계획에 관여한 다른 FIFA 관계자들을 상대로도 형사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8/202608280912770851_6a90d5814dfac.jpg)
인판티노 회장은 올여름 월드컵이 끝난 직후 FFE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남녀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 등 FIFA 주관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신설 자회사로 옮긴 뒤 민간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축구계 전반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FIFA는 이달 초 계획을 철회했다.
UEFA는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를 통해 FFE가 FIFA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인판티노 회장과 소수 측근에게 영구적인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UEFA는 "실제로는 인판티노와 소수 인원이 FIFA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에 영구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는 FIFA와 회원국, 축구계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구조였다"라고 밝혔다.
내부 승인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UEFA는 "인판티노는 급하게 소집된 회의를 통해 불과 며칠 만에 FIFA 내부 승인을 밀어붙였다. 일부 FIFA 경영진과 직원들은 계획의 존재조차 처음 들었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례 없는 사업을 승인할 시간으로 몇 시간만을 부여받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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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와 유럽 축구계 주요 인사들은 이날 챔피언스리그 대진 추첨이 열린 모나코에 모여 인판티노 회장의 거취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FIFA의 제도 개혁과 회장 권한 제한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UEFA는 회의 후 "참석자들은 UEFA 회장과 행정부에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고 회장 권한에 적절한 한계를 복원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제도적·정치적·법적 수단을 추진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FIFA가 다시 한 개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기관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BBC는 인판티노 회장과 FIFA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UEFA는 매각 대상 지분의 가치가 독립적인 평가를 거치지 않았으며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투자자에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청서에는 해당 거래가 "인판티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 사기성 비시장 가격"이라는 표현까지 담겼다.
인판티노 회장이 공개한 조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42억 달러(약 5조 7985억 원)를 투자해 FIFA 상업 부문에 영구적인 재정적 이해관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FIFA 상업 부문의 기업 가치는 약 200억 달러(약 27조 6120억 원)다.
UEFA는 이 같은 가치가 터무니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공개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았고 독립적인 평가기관의 검증도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UEFA는 우선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에 FIFA 아메리카스와 FWC2026이 보유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두 회사 모두 플로리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UEFA는 확보한 자료를 향후 스위스에서 인판티노 회장과 FIFA 관계자들을 상대로 형사 절차를 진행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UEFA는 "UEFA와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인판티노와 FIFA의 다른 관계자 및 자문역들을 상대로 형사상 배임 혐의에 관한 절차를 스위스에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밀리에 진행된 사업 구조 설계와 가치평가, 자금 조달 및 마케팅은 FIFA의 명성과 지배구조 권위, 상업적 관계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손해를 끼쳤다. 이는 FIFA뿐만 아니라 UEFA 소속 55개 협회를 포함한 211개 회원국 모두에 피해를 줄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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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E 계획이 장기간 비밀리에 준비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UEFA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7월 28일 FIFA 평의회와 UEFA를 비롯한 다른 대륙연맹, 211개 회원국과 협의하지 않은 채 남녀 월드컵과 클럽 월드컵의 상업적 권리를 FFE에 넘기는 계획을 발표했다.
UEFA는 "인판티노와 소수의 공모자가 1년 넘게 비밀리에 구상하고 발전시킨 계획을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FIFA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적 압력과 여론, 국제 형사법 집행기관 등 외부에서 압박이 가해질 때만 FIFA가 계획을 철회한다고도 비판했다.
FIFA 본부가 있는 곳은 스위스 취리히다. UEFA는 스위스 법률 전문가로부터 인판티노 회장과 다른 FIFA 관계자를 형사상 배임 혐의로 고발할 법적 지위가 있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내 자료 확보 절차는 플로리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UEFA는 뉴욕 법원에도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FFE 투자를 추진했던 스라이브 캐피털과 창업자 조시 쿠슈너가 보유한 문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시 쿠슈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이다.
거래에 관여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도 신청서에 이름을 올렸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전 포뮬러원 최고경영자 그레그 마페이와 그의 회사 밴 벤처스를 대상으로 세 번째 자료 공개 신청이 이뤄졌다. 법원 서류에는 마페이가 FFE 거래의 ‘핵심 상업 자문역’으로 명시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FFE를 통한 민간 투자 유치안에 동의할 경우 FIFA 211개 회원국에 각각 4000만 달러(약 556억 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UEFA는 이를 회원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조건으로 판단했다.
UEFA는 계획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회원국들과 함께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고 경고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이달 초 FFE 계획을 포기하면서 보이콧 위협은 철회됐지만, UEFA는 이미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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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와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앞서 공동 공개서한을 통해 인판티노 회장이 “기만으로 신뢰를 깨뜨렸다”라고 비판했다. 영국을 구성하는 모든 축구협회도 인판티노 회장 지지를 철회했다.
반면 남미축구연맹(CONMEBOL)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여전히 인판티노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조건부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일부 국가는 소속 대륙연맹의 방침과 달리 인판티노 회장 지지를 선언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내년 3월 열리는 FIFA 회장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한다. UEFA의 형사 절차 준비가 본격화하면서 선거를 앞둔 인판티노 회장의 입지는 다시 흔들리게 됐다.
BBC 스포츠의 댄 로언 편집장은 "세계 축구계에서 점점 격화하고 있는 내전이 또 한 단계 확대됐다"라고 분석했다. UEFA가 FIFA 대회 보이콧 위협을 철회하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인판티노 회장에게 조건부 지지를 보내면서 인판티노 회장이 자신감을 얻었을 수 있지만, 형사 절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압박이 다시 거세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UEFA가 소환장과 강제적인 문서 공개를 통해 인판티노 회장을 선거 전에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위스 법에 따라 형사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형 가능성도 언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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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포츠계 법적 분쟁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형사 절차가 언제 시작될지, 미국 법원들이 UEFA가 요구한 자료 공개를 허용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