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e스포츠가 처음 출발선을 끊었던 초창기부터 2023년 VCT 퍼시픽 출범, 리그가 본궤도에 오른 지금까지. 신지섭 라이엇 게임즈 APAC 발로란트 e스포츠 총괄은 지난 6여 년간 발로란트 e스포츠의 기틀을 다지고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인물이다.
VCT 퍼시픽은 초창기 한국 중심의 허브로 출발해 이제는 아시아 태평양(APAC)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 e스포츠 리그로 자리매김했다. 매해 성장을 거듭해왔음에도 리더인 신지섭 라이엇 게임즈 APAC 발로란트 e스포츠 총괄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에 맞춰져 있었다. 초창기의 폭발적인 성장기를 지나 리그가 정체되거나 팬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다는 경계심 속에서, 그는 리그 판도를 흔들 과감한 ‘선제적 충격’과 파격적인 개방 정책을 카드로 내밀었다.
OSEN은 지난 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VCT 퍼시픽 스테이지2 결승전 현장에서 신지섭 APAC 발로란트 e스포츠 총괄을 만나 그동안 VCT 퍼시픽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리그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향후 변화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허브 정착에서 APAC 전체로… 균형 잡힌 인기의 결실
VCT 퍼시픽 출범 당시 라이엇 게임즈의 궁극적인 비전은 APAC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리그 구축이었다. 초창기에는 운영 효율과 노하우, 인프라가 집중된 한국을 허브로 삼아 리그를 안정화했지만, 지향점은 늘 아시아 태평양 전역이었다. 부산에 이어 베트남 등 해외 로드쇼를 공격적으로 펼친 이유다.

이러한 행보는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이번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스테이지 2 결승전은 사실상 매진을 기록함과 동시에 최고 시청자 수(PCU) 30.5만 명(이스포츠차트 기준)을 돌파하며 이번 스테이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정 언어권에 집중되었던 시청층이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하고, 한국 시청층 역시 재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하는 등 전 지역에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팬덤이 형성됐다.
“실력 있으면 누구나 정상으로”… 2026 시즌 ‘챔피언스로 가는 길’ 파격적 개방
신 총괄이 정의하는 VCT 퍼시픽의 최종 지향점은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장벽 없이 세계 정상까지 도달하는 공평하고 개방적인 e스포츠’다. 지정된 파트너 팀 중심의 기득권 구조만으로는 진정한 지역 대표성을 증명하기 어렵고, 팬들 역시 최강팀 여부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철학은 2026 시즌을 앞두고 발표된 대대적인 리그 개편이라는 구체화로 연결됐다.
우선 시즌 출발점인 '킥오프'를 트리플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 모든 팀에게 세 번의 기회를 부여하고 초반 경쟁 강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첫 국제 대회인 '마스터스 산티아고' 진출 티켓을 3장으로 확대해 본선 진출의 폭을 넓혔다.

이어 챔피언스 상하이행이 걸린 스테이지 2 플레이오프는 아시아 태평양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오프라인 로드쇼로 연례화해 전역의 팬들에게 현장의 열기를 전한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하부 리그를 아우르는 ‘챔피언스로 가는 길(Path to Champions)’ 구조의 공식 적용이다. 퍼시픽 권역에서는 한국, 일본, 동남아(SEA) 우승 팀과 최종 진출전(LCQ)을 통과한 총 4개의 챌린저스 팀이 1부 리그 포스트시즌으로 올라와 파트너 팀들과 동일선상에서 챔피언스 티켓을 놓고 맞붙게 된다. 올해 과도기적 시도에서 샤퍼 이스포츠, 온사이드 게이밍 등 챌린저스 팀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파트너 팀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며 개방형 생태계에 대한 확신은 더욱 확고해졌다.
음악과 서사로 완성하는 문화적 정체성
리그 구조의 파격적 변화와 함께, 음악을 통한 스포츠 정신 전달도 계속된다. 발로란트에서 음악은 단순한 브랜딩을 넘어 플레이어로서의 정체성을 나누는 핵심 요소다. 실제로 이번 부산 현장에서는 발로란트 고유의 뮤직 테마 행사인 발로란트 사운드(VALORANT SOUND)'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오프닝 무대를 꾸민 아티스트 ‘오드리 누나’와의 협업 및 타이틀곡 ‘슈퍼휴먼(superHuman)’ 역시 프로 선수들의 도전과 난관 극복 서사를 담아내며 e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선명히 드러냈다.
장벽 없는 무대에서 펼쳐질 VCT 퍼시픽의 미래
신지섭 총괄은 초창기 급성장기를 지나 리그가 자칫 식상해지는 것을 경계하며, 팬들이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적·운영적 변화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장벽을 허문 개방형 경쟁 속에서 탄생할 새로운 슈퍼스타와 드라마틱한 서사가 VCT 퍼시픽의 다가올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될 거라고 기대해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