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cm, 110kg의 당당한 체격. 여기에 빠른 발과 수비 욕심까지 갖췄다. 박해민(36·LG 트윈스)의 수비 영상을 직접 찾아보며 공부할 만큼 외야 수비에 진심인 황성현(18·덕수고)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18세 이하(U-18)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황성현은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방망이로도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5번 지명타자로 나선 황성현은 9일 태국과의 3차전에서는 톱타자로 출격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의 이번 대회 첫 홈런을 장식했다.

한국이 11-0으로 크게 앞선 4회 2사 2, 3루. 황성현은 상대 투수의 초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황성현의 한 방을 앞세운 한국은 5회 14-0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황성현은 “경기 초반 생각보다 점수를 많이 내지 못해 분위기가 약간 다운될 뻔했는데 팀원들이 다 잘해줘서 쉽게 끝나 다행”이라며 “팀의 첫 홈런을 친 것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훈련 전에 조언을 해주셨다. 홈런을 친 건 감독님과 코치님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황성현은 정윤진 덕수고 감독이 중학교 시절부터 눈여겨본 유망주다. 북일고 1학년 때 8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더 많은 기회와 성장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2학년 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전학 페널티를 감수하면서 덕수고 유니폼을 입었다.
기다림 끝에 잠재력이 폭발했다. 올 시즌 26경기에 출장해 타율 4할3푼8리(89타수 39안타), 2홈런 22타점 33득점 11도루를 기록했다. 110kg의 체격에도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할 만큼 주루 능력까지 갖췄다.
정윤진 감독은 황성현에 대해 “가진 게 많은데 노력도 열심히 한다. 심성도 너무 착해서 걱정될 정도”라고 평가했다.
스승의 말처럼 황성현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9일 태국전이 끝난 뒤 정 감독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들은 황성현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때 자신의 큰 키를 낮추기 위해 무릎을 굽혀 ‘매너 다리’를 했다.
황성현은 “잘할 때든 못할 때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감독님이 계속 자극을 주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를 경험하고 있는 황성현에게 이번 대회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다.
그는 “대표팀에 뽑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만 하고 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여기 와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며 “다 잘하는 선수들이니까 나는 내가 할 일에만 집중해도 팀은 계속 이기더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대회에서도 최대한 출루해서 상대 투수를 흔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 무대를 향한 목표도 분명하다. 황성현은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라운드 이내에 뽑히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국은 이제 더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있다. 11일 일본과 슈퍼라운드 1차전을 치른 뒤 12일 필리핀과 맞붙는다. 13일에는 결승전과 동메달 결정전이 예정돼 있다.
큰 체격에 빠른 발, 장타력과 수비 욕심까지 갖춘 황성현. 태극마크를 달고 첫 홈런까지 터뜨린 18세 외야수가 남은 승부에서도 한국의 8년 만의 정상 탈환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