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은진이 첫 방송부터 웃음과 긴장감, 깊은 감정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너 말고 다른 연애’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안은진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추민하 역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데 이어 MBC ‘연인’에서는 유길채 역으로 시대의 비극을 관통하는 절절한 멜로를 완성했다. SBS ‘키스는 괜히 해서!’에서는 사랑스러운 로코 연기로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입증해 왔다. 작품마다 자신만의 색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 온 안은진의 저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안은진은 지난 12일 방송된 KBS 2TV 토일미니시리즈 ‘너 말고 다른 연애’(연출 황승기, 이가람, 극본 유수지) 1회에서 이미도 역으로 등장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극 중 이미도는 한때 세계 단편영화제를 휩쓸었던 신예 영화감독이지만, 현재는 준비하는 작품마다 연이어 무산되며 벼랑 끝에 몰린 인물. 여기에 10년째 연애 중인 남궁호(서강준 분)와의 관계에서도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며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

1회부터 안은진은 연인 앞에서의 이미도와 감독으로서의 이미도를 오가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남궁호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에서는 특유의 생활 연기로 10년 차 연인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함과 익숙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반면 촬영장에서는 배우를 정면으로 압박하고 현장을 단숨에 장악하는 감독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서로 상반된 이미도의 모습을 한 인물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안은진의 연기는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능력 있는 감독의 모습 뒤에 감춰진 현실의 무게와, 오랜 연애 속에서 점점 작아져 가는 여자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쌓아 올리며 이미도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하지만 이미도를 둘러싼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어렵게 잡은 영화에서 주연 배우의 갑질에 정면으로 맞섰다가 오히려 하차 통보를 받았고, 소송비를 마련하기 위해 원하지 않았던 성인영화 현장에까지 서게 됐다. 이 모든 상황을 남궁호에게 숨겨왔던 이미도는 결국 그와 충돌했고, 우연히 홈캠을 통해 듣게 된 그의 속마음까지 겹치면서 10년 연애에 직접 마침표를 찍기로 결심했다.
특히 안은진의 진가는 이별 장면에서 폭발했다.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기보다 담담하게 말을 시작한 뒤 조금씩 흔들리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이미도의 자존심과 자괴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사랑보다는 책임감과 부채감이 남은 관계 속에서 스스로 초라해져 가는 이미도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부터 좀처럼 빠지지 않는 반지를 울면서 빼내는 모습까지, 안은진은 대사보다 표정과 눈빛만으로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전달했다. 겉으로는 담담하게 이별을 선택했지만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이미도의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여기에 담담한 톤으로 이어진 안은진의 내레이션은 오히려 감정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첫눈 아래 연인이 된 2017년의 두 사람을 비추는 장면 위로 안은진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사랑의 시작과 끝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했고, 시청자들 역시 이미도의 지난 연애를 자신의 경험과 겹쳐 바라보게 했다.
무엇보다 안은진은 단 한 회 만에 10년을 함께한 다정한 연인을 두고 이미도가 왜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납득시켰다. 웃음을 자아내는 생활 연기부터 서늘한 카리스마, 그리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눈물까지 한 인물 안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꺼내놓으며 다시 한번 ‘연기파 배우’의 진가를 증명한 것.
과연 이미도는 앞으로 어떤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될까. 또 안은진은 어떤 얼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게 될까. 첫 방송부터 웃기고, 서늘하고, 결국 울린 안은진의 활약에 ‘너 말고 다른 연애’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kangsj@osen.co.kr
[사진] KBS 2TV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