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기다림은 누구에게나 가혹하다. 화려한 무대가 전부였던 아이돌에게 2년이라는 공백기는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과도 같았다. 데뷔 5년 차, 활동 기간 내내 정산금 ‘0원’이라는 쓰라린 현실 앞에서도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오직 무대를 향한 갈증과 팬덤 ‘썸잇(SUMIT)’의 사랑이었다.

그룹 LIGHT(라잇썸·상아, 초원, 나영, 히나, 주현, 유정)이 2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이들은 일본 OTT 플랫폼 ABEMA(아베마)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Re:Idol(리:아이돌)'을 통해 일본 재데뷔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새로운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16일 일본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どうして’(Doshite)를 선공개했으며, 23일 전곡을 발매하며 화려한 2막을 열어젖힌 라잇썸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라잇썸에게 지난 2년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채찍질해야 했던 인고의 시간이었다. 나영은 "라잇썸은 늘 공백기가 길었기에 버티느라 힘들었다. 무너졌던 적도, 마음적으로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썸잇들과 소통하며 힘을 얻었고 멤버들과 서로 고민을 털어놓으며 극복했다"고 회상했다.
꿈을 안고 일본에서 건너온 히나 역시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아이돌 활동도 못하고 있다는 기분에 우울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썸잇이 해주는 좋은 이야기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을 이번 활동으로 꼭 보답하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데뷔 5년 차임에도 ‘정산 0원’이라는 뼈아픈 현실이 가감 없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라잇썸은 이를 오히려 새로운 희망의 불씨로 삼았다. 리더 상아는 "음원이 공개되고 반응이 좋자, 회사 분들이 '이제 정산 받는 거 아니냐', '라잇썸이 이제 뭔가 해낼 것 같다'며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고 미소 지었다. 초원 역시 "멈춰있던 SNS 팔로워와 조회수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다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2년의 공백기는 헛되지 않았다. 상아, 초원, 주현은 유닛 활동으로, 유정은 연기 도전으로 각자의 역량을 갈고닦았다. 유정은 "공백기 동안 부족한 점을 가꾸고 채워나가는 것에 집중했다. 지금은 바빠지다 보니 공허함이나 불안함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개인의 성장은 곧 완전체의 폭발적인 시너지로 이어졌다. 메인 댄서에서 리더로 직책이 변경되며 책임감이 남달랐던 상아는 "시작할 때 저조차 확신이 없어 고민의 시간을 길게 보냈다. 하지만 2년 동안 바랐던 무대이기에 기꺼이 도전하기로 했다"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어떤 활동 때보다도 가장 끈끈한 상태로 앨범에 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주현 또한 "쉬면서 마음의 정비도 하고, 멤버들이 각자만의 뚜렷한 색깔을 찾은 시간이었다. 다시 뭉쳤을 때 라잇썸만의 색이 더 짙어졌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라잇썸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들의 치부와 나약함까지 솔직하게 드러냈다. 나영은 "처음엔 부정적이거나 힘들어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게 부담이었지만, 돌아보면 썸잇들이 우리의 공백기가 길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된 감사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일본 데뷔를 앞두고 현지 대형 페스티벌을 참관한 경험은 이들의 무대 관(觀)을 바꿔놓았다. 상아는 "한국에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완벽하게 보여주려 했다면, 일본에서는 자유롭고 편안하게 팬들과 소통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현은 "문화는 달라도 무대에 서는 '진심은 같다'는 걸 느꼈다. 두려움보다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일본인 멤버 히나의 존재감도 빛났다. 히나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멤버들에게 일본 문화와 소통 방식을 알려주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냈다. 히나는 "연습생 때 한국 문화에 적응 못 하던 나를 멤버들이 도와줬다. 이제는 내가 멤버들을 케어하며 돕고 싶었다"고 끈끈한 우애를 자랑했다.


새 타이틀곡 ‘どうして’(Doshite)는 K팝의 매력과 일본 아이돌의 정서가 융합된 곡으로 벌써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현이 작사에 참여해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유일한 발라드곡 ‘夜を歩く君へ(밤을 걷는 너에게)’, 가장 신나는 노동요 ‘Stop and Go’, 귀여운 매력의 ‘Fallin' World’까지 수록곡 맛집을 예고했다.


긴 어둠을 지나 마침내 다시 빛을 뿜어낼 준비를 마친 라잇썸. 인터뷰 말미, 그들은 곁을 지켜준 팬들을 향한 약속과 함께 밝은 미래를 그렸다.
"긴 공백기를 기다려준 팬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기다려주신 만큼 보답하기 위해 'Re:Idol' 프로젝트 외에도 더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라잇썸이라는 팀명처럼, 우리의 밝은 에너지가 많은 곳에 닿아 행복과 위로를 드릴 수 있는 팀이 되겠습니다." (상아, 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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