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30, 포르투)이 벌써 국가대표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친선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손흥민의 선제골과 오세훈의 추가골이 터져 2-0 완승을 거뒀다. 모레노 임시 감독 체재의 한국은 에콰도르전 3-0 승리, 우루과이전 1-4 패배, 베네수엘라전 0-0 무승부에 이어 우즈벡전 2-0 승리로 A매치 4연전을 마감했다.
전반 6분만에 손흥민이 오른발 프리킥 선제골이 터졌다. 역사적인 골이다. 59호골을 신고한 손흥민은 차범근(58골)을 넘어 59골로 A매치 최다골 주인공에 올랐다. 후반전 오세훈의 헤더 추가골까지 나온 한국이 2-0 완승을 거뒀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로 들어온 황인범은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특유의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를 바탕으로 중원을 지휘했다. 이후 한국의 전체적인 공격력이 살아났다. 송민규의 어시스트에 이은 오세훈의 헤더골도 황인범이 시발점이었다.
경기 후 황인범은 감상에 젖은 듯 갑자기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강인이 다가가 황인범을 위로하는 장면도 나왔다.
오세훈은 황인범에게 다가가 90도로 ‘폴더인사’를 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은퇴를 예고한 노장의 마지막 경기를 보는듯했다. 주장 손흥민도 인터뷰를 마치고 황인범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도 황인범은 가장 늦게까지 라커룸에 머물다가 40분 가까이 지나서야 나왔다. 다른 동료들은 이미 헤어져서 귀가한 뒤에 동기 황희찬과 황인범이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황인범은 눈물을 보였던 이유를 스스로 밝혔다. 그는 “비행기에서 종아리가 부었다. 한국에 와서 훈련도 못하고 경기도 못 뛰었다. 그런 상황이 속상했다. 지난 1~2년 동안 부상으로 너무 고생했다. 팀을 돕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전 끝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자신의 상황을 자책한 것이다.
월드컵 실패에 따른 트라우마까지 황인범을 괴롭혔다. 베네수엘라전 후 작심발언에 대해 그는 “우리에게 사실 아시안컵이 어쩌면 월드컵보다도 중요한 대회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감독님이 또 바뀌실 수 있는 상황이 아쉬웠다. 너무 감정적이 돼 말을 했고 많은 비난을 들었다. 팀원들에게도 미안했다”고 해명했다.
96년생 동기 김민재, 황희찬과 같이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감상도 황인범의 마음을 뜨겁게 한 이유다. 실제로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은 이번 시리즈에서 번갈아가며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느덧 30대 노장이 된 이들은 슬슬 전성기에서 내려올 시점이 됐다.

황인범은 “오늘 경기 전에 민재, 희찬이와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뛰자’고 했다. 희찬이와 원없이 뛰면서 정말 행복했다. 항상 대표팀에 오면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베테랑이 되고 더 그렇다”면서 다가올 은퇴를 생각했다.
불행 중 다행은 황인범이 당장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황인범은 11월 소집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에서 여전히 황인범만한 미드필더가 없다.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서도 황인범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