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앞으로 제 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불화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민재(30, 바이에른 뮌헨), 황인범(30, 포르투), 황희찬(30, 샬케04)의 이른바 '96라인' 대표팀 은퇴설까지 불거진 가운데, 최근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의 반응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누군가는 중재자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느라 다른 문제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대표팀을 떠나 있던 베테랑은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각자의 답변만으로 불화설의 실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선수단 내부의 소통과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FC서울은 10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31라운드 제주SK와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서울은 승점 65점(20승 5무 6패)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10년 만에 리그 20승을 달성했고, 자력 우승까지 필요한 승점도 7점으로 줄였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는 서울의 우승 가능성 못지않게 대표팀 내부 분위기를 향한 질문이 이어졌다. 최근 대표팀 소집을 다녀온 구성윤(32)과 정승원, 과거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주장 김진수(34)가 차례로 취재진 앞에 섰다.
최근 한국 축구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에서 에콰도르를 3-0으로 꺾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우루과이에 1-4로 대패했고 베네수엘라와는 0-0으로 비겼다.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2-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종료 후 예상하지 못했던 논란이 불거졌다.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세 선수는 우즈베키스탄전 종료 후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동료들에게 은퇴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다만 이들이 공식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황인범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11월 A매치 출전 여부는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문제는 은퇴설의 배경이다.

앞서 2일 베네수엘라전을 마친 김민재는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범도 대표팀 내부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들을 언급하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후 손흥민(34, LAFC), 이재성(34, 마인츠) 등 1992년생 베테랑들과 1996년생 선수들 사이에 견해차가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선수단 내부의 소통 문제와 세대 간 갈등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론 현재까지 외부에 알려진 내용만으로 특정 선수들 사이에 실제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구성윤의 발언은 눈길을 끌었다.
약 4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구성윤은 6년 만에 A매치 출전 기회까지 얻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는 자신이 어느덧 베테랑에 속한다는 사실도 실감했다고 했다.
구성윤은 "훈련이 끝나고 인사를 하면 제가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보다 인사를 받는 경우가 많더라. 나도 정말 나이를 먹었구나 싶었다"라고 웃었다.
최근 대표팀 분위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잠시 말을 골랐다.
그는 "어떤 대답을 원하시나"라며 웃은 뒤 "기사를 보면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저도 오랜만에 대표팀에 가다 보니 제 할 일을 하기 바빴다. 흥민이 형과도 잘 지냈고, 96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그런 분위기도 있었구나, 제가 없는 사이에 그런 것도 있었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농담을 던졌다. "제가 또 중간 입장이지 않나. 공교롭게도 1994년생이다. 가운데에 있는 입장이다. 저를 뽑아야 할 것 같다. 중재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앞으로 제 힘이 필요할 것 같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말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웃으며 내놓은 답변이었지만 뒤이어 나온 설명은 진지했다.
구성윤은 "리더가 있다면 그 안에서 막내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중간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편하게 해준다고 해도 후배가 선배들에게 어떻게 쉽게 요구하고 말을 하겠나.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선후배 사이에서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장이나 고참급 선수들의 리더십과 별개로 중간에서 양쪽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구성윤은 선수단 분위기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제가 2016년과 2021년에 우승했는데, 당시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 경기를 뛰는 선수와 명단에 들어가는 선수는 한정적이다. 경기에 거의 참가하지 못하거나 리저브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선수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팀 분위기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대표팀도 하루빨리 화목한 분위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분위기가 화목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구성윤이 직접적인 불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은 손흥민과 96년생 선수들 모두와 잘 지냈다고 했다. 그러나 중간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화목한 분위기의 회복을 바란다는 발언은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과 맞물려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반면 이번 소집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정승원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정승원은 대표팀 내부 분위기를 둘러싼 질문에 "저는 그런 부분보다는 처음 대표팀에 갔다는 점이 더 컸다. 처음 온 선수들은 모두 긴장감이 높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부분을 생각하기보다 저는 지금 머리를 박고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제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정승원에게 이번 소집은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기회였다.
손흥민과 이재성 등 베테랑들과도 식사를 함께했고, 유럽파 선수들의 높은 기술 수준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손흥민의 슈팅을 배우고 싶어 비법을 물어봤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다만 개인적인 소통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손흥민이나 이재성과 따로 나눈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밥을 먹을 땐 컨디션 관련 이야기를 하긴 했다. 처음이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라고 답했다.
정승원은 손흥민과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점을 대표팀 소집 전에 밝힌 바 있다. 그는 손흥민과 만남에 대해 묻자 "흥민이 형에게 제가 배우고 싶은 부분이 슈팅이었기 때문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라며 "그런데 비법이라 그런지, 또 저를 경쟁자로 생각하시는 건지 잘 안 알려주시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그래도 한 번 알려주겠다거나 피드백을 해주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다만, 실제 피드백의 유무를 묻는 말엔 "슈팅 훈련은 했다. 그런데 슈팅하고 끝이었다(웃음). 따로 피드백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슈팅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다르더라"라고 전했다.
이강인 등 과거 함께 뛰었던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도 정승원은 "워낙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인사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몸 상태가 어떤지 물어봤고, 같이 밥을 먹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는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도 제 할 일이 많았다. 제 경기력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구성윤과 정승원 모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느라 바빴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구성윤이 선수단의 중간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면, 정승원은 자신의 위치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흥민과 92년생 동갑인 김진수는 더욱 신중했다. 서울의 주장인 그는 최근 대표팀에서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제가 여기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제가 대표팀 소집을 다녀왔다면 내부의 일들을 자세하게 알았겠지만, 저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베테랑이지만, 최근 소집에 참가하지 않은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자신이 대표팀에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진수는 "경기력도 마찬가지고 그 외적인 부분도 제가 들어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전에 대표팀에 있을 때도 제가 경기를 뛰고 안 뛰고 크게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에 제가 있었어도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을 향한 마음은 여전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운동을 그만할 때까지 대표팀이라는 꿈을 가지고 운동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세 선수의 답변은 서로 달랐다.
구성윤은 중재자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승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집중했다고 했다. 김진수는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공통점도 있었다. 누구도 특정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갈등의 책임을 묻지 않았고, 불화설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주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최근 대표팀에서 나온 문제 제기를 단순한 소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김민재와 황인범이 직접 선수단의 단합과 내부 문제를 언급했고, 구성윤 역시 선수들 사이의 소통을 도울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와 사이가 나쁜지를 찾아내는 일이 아니다.
대표팀은 지난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감독 교체라는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새 감독 체제에서도 경기력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고, 이제는 선수단 내부의 소통 문제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경기력 개선뿐 아니라 선수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해졌다.
구성윤은 농담처럼 자신을 다시 뽑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대표팀도 하루빨리 화목한 분위기를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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