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15승을 향한 간절함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부담감은 컸지만 마운드에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동료들의 화끈한 득점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15승 고지를 밟았다. KT 위즈 투수 고영표의 이야기다.
화순고와 동국대를 거쳐 2014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고영표는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지만 15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22년 기록한 13승이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이었다.
고영표는 1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KT가 삼성을 12-3으로 꺾으면서 고영표는 시즌 15승째를 수확했다. LG 트윈스 임찬규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도 이름을 올렸다.

타선의 지원도 든든했다. 특히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는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안타 5타점을 올리며 고영표의 15승 달성을 도왔다.
경기 후 고영표는 “정규시즌 순위는 이미 정해졌지만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다승 공동 1위에 오를 수 있어 긴장을 많이 하면서 준비했다.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큰 점수 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데뷔 첫 15승의 의미는 남달랐다. 고영표는 “선발 투수로서 15승을 달성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2022년 13승이 개인 최다승이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6이닝을 책임지고 최소 실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올 시즌에는 동료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 덕분에 15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 선발 투수로 한 시즌을 치르면서 15승을 거뒀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무척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미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 KT는 이날 포수 장성우를 제외한 주축 타자들을 선발 라인업에 내세웠다. 고영표의 15승 도전을 돕기 위해 동료들이 힘을 보탠 셈이다.
고영표도 특별한 약속을 했다. 자신이 15승을 달성하면 승리에 힘을 보탠 동료들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한 것.
그는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상황에서도 동료들이 경기에 나섰다. 제가 15승을 달성하면 감사의 의미로 결승타나 홈런 등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5타점을 쓸어 담은 힐리어드가 가장 큰 선물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15승을 향한 부담감은 생각보다 컸다. 평소처럼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나서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영표는 “오늘 등판을 앞두고 정말 많이 떨렸다. 자다가 깨는 일도 많았고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다. 마음을 비우는 게 쉽지 않았다”며 “다행히 경기 초반부터 동료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준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날 맞대결은 고영표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는 “삼성 테이블세터가 저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도 진심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저 역시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수비 실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넘어가려고 더욱 집중했다”고 말했다.
잠을 설칠 만큼 간절했던 15승. 고영표는 동료들의 도움과 자신의 호투로 그토록 바라던 목표를 이뤘다. 개인 최다승 경신에 다승 공동 선두까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