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움직이자 달라졌다"... 주차 갈등 넘어 생활체육 공동체 꿈꾸는 2371세대 아파트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6.10.14 13: 08

공동체의 힘은 거창한 구호에서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는 조금 더 걷기로 했고, 누군가는 자신의 편리함을 이웃에게 양보했다.
주민들의 작은 선택은 고질적인 주차 갈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고, 이제는 커뮤니티시설 운영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천 계양구 작전역 인근 힐스테이트자이계양 이야기다.
2024년 3월 입주를 시작한 힐스테이트자이계양은 2371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최신 시설을 갖춘 신축 아파트였지만 입주 초기부터 주민들을 괴롭힌 문제는 주차였다. 15개 동이 경사진 부지에 배치되면서 동별 주차 환경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101~104동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주차 공간을 확보했지만 일부 뒤편 동은 퇴근 시간마다 주차 전쟁을 치러야 했다.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30분씩 단지를 돌아야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해법은 뜻밖에도 주민들의 양보에서 시작됐다. 주차 공간이 넉넉한 앞동 주민들이 먼저 빈 주차 공간을 안내했다. 뒷동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 경로를 설명하고 직접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기도 했다.
2024년 8월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동대표들이 직접 주차장을 조사하고 약 두 달간 대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단지를 네 개 구역으로 나누는 '주차 구역제'였다.
핵심은 다수가 조금씩 불편을 감수해 일부 주민에게 집중된 고통을 줄이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주차 여건이 좋은 주민들은 현관에서 먼 공간을 이용하는 대신 주차난이 심각했던 이웃들에게 공간을 내줬다.
결정은 주민들의 몫이었다. 2024년 10월 실시된 전체 주민 투표에는 80.5%가 참여했고, 투표자의 72.8%가 찬성했다. 이렇게 마련된 주차 구역제는 2025년 2월부터 시행됐다.
구본향 힐스테이트자이계양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모두가 편해지는 방법은 없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소수가 감당하던 극심한 불편을 다수가 조금씩 나눠 지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민 참여 방식은 공동시설 운영에서도 나타났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차 문제와 함께 커뮤니티센터의 조기 개방을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위탁 운영업체 선정 이전부터 동대표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면서 2024년 10월 임시 개방을 이끌어냈고, 같은 해 12월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입주 후 9개월 만에 커뮤니티센터가 정상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공동주택의 커뮤니티시설은 단순한 편의 공간을 넘어 주민들의 여가와 건강관리, 생활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설을 얼마나 빠르게 개방하는지뿐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와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힐스테이트자이계양 입주자대표회의는 시설 운영에서도 주민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시설에 필요한 물품을 무조건 구입하기보다 외부 후원과 기증을 활용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테이블과 의자, 도서 약 2만 권을 확보했고 세탁카페와 경로당에 설치할 안마의자 3대도 기증받았다.
김용식 커뮤니티센터장은 "물품을 구입하면 편하지만 결국 주민들이 부담하는 관리비에서 지출되는 돈"이라며 "주민 부담을 줄이면서 커뮤니티센터의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직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박규 관리사무소장은 "여러 단지에서 근무했지만 이렇게 손발이 잘 맞는 동대표들은 드물다"며 "민원이 발생하면 함께 현장에 나가고 결정이 필요하면 객관적인 근거부터 찾는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 역시 "이곳에서는 동대표들이 직원들을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존중해 준다. 자연스럽게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고 전했다.
생활체육이 일상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설만큼이나 이를 함께 이용하고 관리하는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힐스테이트자이계양의 사례는 주민들이 직접 문제를 파악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공동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새로운 주차장을 건설하지 않고도 주차 갈등을 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선택 덕분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공동시설 역시 주민의 참여와 합의를 통해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서로의 불편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문화. 생활체육을 비롯한 주민 공동체 활동이 뿌리내리기 위한 출발점 역시 그곳에 있다. /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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