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온 우승의 순간, FC서울에는 함께하지 못한 선수가 있었다. 2020년 세상을 떠난 故 김남춘이다.
서울이 마침내 구단 통산 일곱 번째 K리그1 우승을 확정한 날, 조영욱(27)은 김남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관중석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서울의 우승은 단순히 10년 만에 들어 올린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FC서울은 지난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33라운드 강원FC와 맞대결에서 1-1로 비겼다. 같은 시간 2위 울산 HD가 포항 스틸러스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서울의 조기 우승이 확정됐다. 서울은 승점 67점(20승 7무 6패)을 기록, 남은 파이널 라운드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상에 올랐다. 2016년 이후 10년 만이자 구단 통산 7번째 리그 우승이었다.

경기 종료 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제의 장이 됐다. 선수들은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고, 오랜 기다림 끝에 정상에 오른 서울의 서포터스 '수호신'도 그라운드를 향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그 가운데 조영욱이 입은 유니폼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김남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었다. 2020년 10월 3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동료를 우승의 순간에 다시 불러낸 것이다.
김남춘은 서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수비수였다. 광운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3년 서울에 입단했고, 2014년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처음부터 주전 자리를 보장받았던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감독 교체와 전술 변화에 따라 입지가 달라지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서울의 수비진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다.

특히 2016년은 김남춘에게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불안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수비진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서울의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탰고, 전북 현대와 최종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서울이 마지막으로 K리그1 정상에 올랐던 2016년, 김남춘은 그 우승을 함께했던 선수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8년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그의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십자인대 파열을 비롯한 부상으로 오랜 재활을 거쳤고, 2019년에는 시즌 막판에야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2020년에는 다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며 서울의 후방을 책임졌다. 그러나 그해 10월 30일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졌다. 서울과 한국 축구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당시 김남춘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국화꽃과 편지, 응원 메시지가 쌓였고 서울 팬들뿐 아니라 다른 K리그 구단의 팬들도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라이벌 관계를 넘어 한 축구선수의 마지막을 함께 애도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선수들에게도 깊은 상처로 남았다. 2020년 10월 31일 인천과 리그 최종전에서는 경기 시작 전 묵념이 진행됐고, 김남춘의 등번호였던 4번을 기리는 의미로 전반 4분 관중석에서 박수가 울려 퍼졌다. 서울 벤치에는 그의 유니폼이 놓였다. 경기 후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고, 김남춘의 유니폼 위에는 주장 완장이 놓였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지만 김남춘을 기억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서울 팬들에게 10월 30일은 단순히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이 아니다. 김남춘을 떠올리는 날이며,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특별한 날짜다. 서울 서포터스가 부르는 '서울의 봄'에도 그런 마음이 담겨 있다.
서울의 우승을 앞두고 수호신은 강원전에서 특별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10월 24일 경기를 앞두고 공개한 안내문에는 김남춘을 향한 오랜 그리움과 우승의 염원이 담겼다.

수호신은 "누군가에게는 10월의 끝자락이 겨울을 앞두고 있는 가을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들에게 10월의 끝은 완연한 봄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들로 자리한 지 일곱 시즌이 흘렀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4년 전 우리는, 봄바람에 우승컵을 싣고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는 듯, 4년 만에 다시 기회를 안겨주었고, 우리에게 보내준 두 번째 기회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일곱 번째 별을 그대에게 실어 보내볼까 합니다"라고 밝혔다.
수호신은 우승 트로피를 형상화한 대형 퍼포먼스와 함께 벚꽃 모양의 풍선을 준비했다. 10월의 가을 하늘 아래 관중석을 봄의 색깔로 채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전반 4분에는 김남춘의 등번호에 맞춰 풍선을 흔들며 '서울의 봄'을 함께 부르도록 안내했다. 서울이 정상에 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에도 김남춘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 마음에 선수들도 함께했다. 2018년 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조영욱은 김남춘과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다. 조영욱은 프로 데뷔 첫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고, 팀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 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서울의 변화를 지켜봤다. 김천 상무에서 군 복무를 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서울에서 뛰었다.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던 서울 선수 가운데 현재까지 팀에 남아 있는 선수도 조영욱이 유일하다.
그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가장 힘겨웠던 시기를 경험한 선수이자 김남춘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후배였기 때문이다. 조영욱은 우승을 확정한 뒤 여러 유니폼 가운데 김남춘의 유니폼을 선택했다.
조영욱은 "입고 싶은 유니폼이 굉장히 많았다. 생각나는 선수들도 많았다. 그래도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선수의 유니폼을 입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쁨보다는 힘들었을 때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라며 이번 우승이 갖는 의미를 돌아봤다.

김남춘이 마지막으로 서울의 리그 우승을 함께했던 해는 2016년이었다. 이후 서울은 긴 침체기를 겪었다. 2018년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렀고, 2020년에는 동료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2022년에는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전북과의 결승 2차전이 열린 날은 김남춘의 2주기인 10월 30일이었다. 당시에도 팬들은 전반 4분 박수로 그를 기억했지만 서울은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4년이 지난 2026년, 서울에는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정규라운드 33경기 동안 20승을 거두며 리그 선두를 달렸고, 마침내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에는 김남춘의 기일을 엿새 앞두고 구단 통산 일곱 번째 별을 가슴에 새기게 됐다.
서울은 2016년 우승 당시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여전히 관중석과 동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김남춘의 등번호 4번이 다시 불리고, 그의 유니폼이 우승의 순간에 등장한 이유다.

10월의 끝자락,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봄을 상징하는 벚꽃 풍선이 등장했다. 팬들은 김남춘을 떠올리며 '서울의 봄'을 불렀고, 조영욱은 그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2016년 김남춘이 함께 들어 올렸던 우승 트로피가 10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서울의 일곱 번째 우승은 김기동 감독과 선수단이 만들어낸 성과다. 동시에 오랜 세월 팀을 지켜온 팬들에게는 떠나간 동료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남춘이 함께하지 못한 우승이었지만, 서울은 그를 잊지 않았다.
2016년의 우승을 함께했던 김남춘에게 2026년의 서울이 전한 것은 또 하나의 우승이었다. 가을의 끝에서 찾아온 '서울의 봄'이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