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활약은 잊었다. 과거에 집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그냥 경기에 집중해서 또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난해 가을 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히어로' 김영웅(내야수)이 다시 한번 반등을 꿈꾼다.
정규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영웅은 지난해의 화려했던 기억에 기대기보다 새로운 마음으로 승부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김영웅은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으며 삼성의 주축 타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57경기 출장에 그쳤다. 성적도 타율 1할6푼7리(186타수 31안타) 5홈런 18타점 14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영웅을 향한 기대가 남다른 이유는 지난해 가을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 때문이다. 당시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6할2푼5리(16타수 10안타) 3홈런 12타점 5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승부처마다 장타를 터뜨리며 삼성의 공격을 이끌었다.
박진만 감독도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가을 무대에서 보여준 게 있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뭔가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김영웅은 지난 22일 자체 평가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몰아치며 타격감 회복을 알렸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라인업에 김영웅을 5번 3루수로 기용했다.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이 자체 평가전에서 홈런을 치는 등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며 “전병우와 김영웅 모두 수비는 좋다. 다만 김영웅의 타격감이 좋고 지난해 가을야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는 비로 하루 미뤄졌지만 김영웅의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었다. 우천 취소가 결정되기 전 취재진과 만난 그는 “평소와 똑같이 준비했다. 타격 자세를 조금 수정했다.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는 건 선수단 단톡방에 나와 있길래 알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정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선발 출장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는 게 김영웅의 설명이다. 그는 “각오는 항상 돼 있다. 정규 시즌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안 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감독님께서 믿고 내보내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다. 열심히 자기 전까지 생각하고 잤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고 밝혔다.
세 번째 가을 무대를 맞이하는 만큼 긴장감보다는 자신감이 앞선다. 김영웅은 “솔직히 말하면 별 긴장되는 건 없이 그냥 이기자는 마음밖에 없는 것 같다. 2년째 가을야구를 했기 때문에 긴장감은 덜하다”며 “첫 경기는 당연히 긴장되겠지만 제가 잘하면서 이겨도 좋고 제가 못해도 팀이 이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동갑내기 친구인 KIA의 ‘슈퍼스타’ 김도영과의 장타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도영은 올 시즌 45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올랐고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김영웅은 자신과 김도영을 비교하는 시선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도영이는 저와 비교가 안 되는 선수다. 제가 나중에 잘하면 비교가 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너무 과분하다. 아직은 제가 그 정도 수준의 선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그냥 팀 승리에 어느 만큼 기여하느냐가 맞는 것 같고 도영이도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도영이를 의식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편하게 경기하는 거다. 이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전에서는 수비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3루 수비를 책임져야 하는 김영웅 역시 적극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집중해도 나오는 게 실책이긴 한데 최대한 안 하려고 해야 한다. 소극적으로 하면 수비 실책이 더 많이 나오더라.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삼성과 KIA가 가을 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2024년 한국시리즈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김영웅에게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냥 이기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그냥 이기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특별한 건 없다. 상대팀을 신경 쓰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김영웅은 그때의 영광을 다시 꺼내 들 생각이 없다. “지난해 활약은 잊었다. 과거에 집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그냥 경기에 집중해서 또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규 시즌의 부진도, 지난해 가을의 영광도 모두 지나간 일이다. 김영웅은 오직 팀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있다. 다시 찾아온 가을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할 수 있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