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 제압의 중책을 맡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KIA 타이거즈 중심타선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두 차례나 2사 후 실점하며 주도권을 내줬고, 홈런 두 방까지 허용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페덱은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해럴드 카스트로에게 적시타와 투런 홈런을 허용했고, 한준수에게도 솔로 아치를 얻어맞았다.

이날 KIA는 박정우(중견수)-박재현(좌익수)-김도영(3루수)-해럴드 카스트로(1루수)-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한준수(지명타자)-김태군(포수)-하주석(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페덱은 1회초 박정우와 박재현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준 데 이어 2루 도루까지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를 맞았다. 곧이어 카스트로에게 1~2루간을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수비도 뒷받침되지 않았다. 우익수 김성윤이 김도영의 홈 쇄도를 저지하기 위해 송구했지만 공은 포수 강민호의 키를 훌쩍 넘어갔다. 그사이 카스트로는 3루까지 내달렸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나성범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김선빈을 3루 땅볼로 처리해 가까스로 이닝을 마쳤지만 시작부터 2점을 내준 뒤였다.
2회에는 제 모습을 되찾는 듯했다. 한준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김태군을 우익수 뜬공, 하주석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하지만 3회 다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박정우를 1루수 직선타, 박재현을 번트 아웃으로 처리하며 손쉽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김도영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카스트로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월 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1회 적시타를 허용했던 카스트로에게 또다시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4회에도 장타에 발목을 잡혔다. 선두 타자 한준수에게 오른쪽 외야 관중석으로 넘어가는 큼지막한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이날 두 번째 피홈런이자 다섯 번째 실점이었다.
페덱은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박재현과 김도영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한 뒤 좌완 배찬승과 교체됐다. 4⅔이닝 5실점(5피안타(2피홈런) 2볼넷 4탈삼진). 플레이오프 첫판의 선발투수에게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2사 후 집중력 부족이 뼈아팠다. 1회와 3회 모두 아웃카운트 2개를 먼저 잡아놓고 김도영을 출루시킨 뒤 카스트로에게 적시타와 홈런을 허용했다. 이닝을 끝낼 기회를 살리지 못한 대가는 컸다.
1회에는 김성윤의 악송구까지 겹치며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지만 3회 카스트로의 투런 홈런과 4회 한준수의 솔로 홈런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장면이었다.

삼성은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첫 경기를 준비했다. 그만큼 페덱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KIA 중심타선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단기전에서 선발투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1차전은 시리즈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페덱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장타를 허용하며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기선 제압을 위해 꺼내 든 선발 카드가 오히려 상대 타선의 기세를 살려준 셈이다.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출발이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