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정의 달라지는 얼굴에 설득된다.
김유정은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극본 류보리/연출 유인식, 김윤진)에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이자 조선총독부에 잠입한 밀정 이가경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가경은 극 중 안잠자기부터 통역생, 가짜 애인까지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을 내세우는 인물. 이에 김유정은 상대를 속이기 위해 꾸며낸 모습과 그 이면의 진짜 감정을 함께 보여주며 ‘연기 속 연기’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가경은 시간을 묻는 치밀함으로 상대의 허점을 지르고, 거짓을 말하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여유를 보인다. 안잠자기 행세를 할 때는 사근사근한 어조와 눈웃음으로 경찰의 경계심을 허물다가도, 유소란(김현주 분) 앞에서는 서슴없이 거래를 건네는 대범함을 발휘한다. 이처럼 김유정은 상대에 따라 자세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이가경의 비상한 두뇌 회전과 영리함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단연 '태연함'이다.

이가경이 조선총독부 통역생 금서희로 위장할 때는 또 다른 얼굴을 꺼내 든다. 정중한 일본어와 밝은 미소로 낯선 신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한편, 금석중(감우성 분)의 심문을 통역할 때는 감정을 철저히 감춘다. 후쿠다 앞에서도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등 김유정은 여러 언어를 넘나드는 대사와 절제된 표정으로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긴장감까지 전한다.
유필립(이무생 분)의 가짜 연인 역할을 수행할 때는 그의 능청스러운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기습적인 스킨십에도 미동조차 없이 다정한 미소로 받아치고, 사토 히데오(박진영 분)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필립의 목을 감아쥐며 완벽한 연인의 태세를 갖춘다. 이어 사토 히데오를 향해 "좋아해요", "불륜하지 말까요?"라는 도발적인 말로 호감을 가장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상대마다 눈빛과 어조를 다채롭게 바꾸는 연기는 거짓에 능통한 이가경의 본색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뻔뻔함 뒤에 숨겨진 진짜 목적에 호기심을 더한다.

김유정은 능청스러운 표정과 절제된 시선, 미세하게조차 변하는 어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두 얼굴 사이의 틈새를 정교하게 메운다. 거짓말마저 수긍하게 만드는 그녀의 연기는 이가경이라는 인물이 가진 다면성을 하나의 캐릭터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며 극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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