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장면이 또 나왔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전력 질주가 어려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이 누상에 나가면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다. 구자욱을 친형처럼 따르는 디아즈가 2경기 연속 홈런으로 구자욱의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은 0-1로 뒤진 3회말 공격 때 2사 2루 득점 기회를 잡았고 박승규의2루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곧이어 구자욱이 우중간 적시타를 날려 2-1 역전에 성공했다.

디아즈가 해결사로 나섰다. KIA 선발 애덤 올러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직구(151km)를 공략해 우중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 120m. 구자욱은 전력 질주할 필요 없이 홈을 밟았다.
삼성은 KIA를 8-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박진만 감독도 경기 후 3회 빅이닝을 승리의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이틀 뒤 광주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왔다. 지난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은 1회초 2사 후 구자욱이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1루를 밟으며 공격 기회를 이어갔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디아즈가 KIA 선발 시라카와 쇼의 2구째 직구(146km)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투런 홈런이었다.
구자욱의 출루에 이은 디아즈의 홈런. 부상 여파로 주루에 제약이 있는 구자욱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장면이었다. 디아즈가 의도적으로 홈런을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또 나온 것.
삼성은 KIA를 6-4로 꺾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디아즈는 경기 후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정말 기분 좋다. 오늘 승리는 저희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팀이 좋은 결과를 내서 무척 기쁘고 행복하다. 내일도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경기 연속 홈런에도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했다. 그는 “특별한 계획은 없었고 항상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출루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했는데 하나님께서 홈런이라는 좋은 결과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다행히 홈런으로 2점을 먼저 뽑아 앞서갈 수 있었고 경기 내내 계속해서 싸워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자욱이 출루한 뒤 연달아 홈런을 터뜨린 데 대해서도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를 강조했다.
디아즈는 “정말 기분 좋다. 잘 아시다시피 저는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게 저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의 역할이다. 팀이 승리하는 데 기여하고 하나로 뭉쳐서 팀 분위기를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광주 원정 경기에서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그는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일은 저희에게 아주 중요한 경기다. 평소처럼 야구장에 오셔서 팀을 응원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저희 팀을 상징하는 컬러인 파란색 옷을 정말 많이 입고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부상 중인 구자욱이 출루하면 디아즈가 홈런으로 불러들였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지만 이들의 호흡은 더없이 완벽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삼성의 발걸음도 그만큼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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