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고맙다고 커피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갓바위라도 올라가서 인사드려야 하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민이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투구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에는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 시즌 23홀드를 기록하며 스기모토 코우키(KT 위즈)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오른 이승민은 지난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승민은 첫 타자 김도영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수비 실책까지 겹치며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지만 해럴드 카스트로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승민은 선두 타자 나성범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다. 김선빈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으나 이호연의 타구가 유격수 직선타로 연결됐고, 1루 주자까지 아웃되면서 이닝이 끝났다.
이승민은 9회 김태훈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삼성은 KIA를 6-4로 꺾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경기 후 이승민은 “점수를 무조건 안 줘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던졌는데 마지막에 운이 진짜 따른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하늘을 보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내려왔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계속 하늘을 바라봤다”며 “하늘에 고맙다고 커피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갓바위라도 올라가서 인사드려야 하나. 이건 진짜 운이었다”고 웃었다.

플레이오프 1~3차전에 모두 등판하며 불펜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스스로의 투구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승민은 “8회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면 좀 더 순조롭게 갔을 텐데 아쉽다. 볼넷을 허용하는 바람에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활약보다 후배들의 호투를 먼저 떠올렸다. 평소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기로 알려진 이승민은 이날 마운드에서 제 몫을 다한 배찬승과 이재희에게 공을 돌렸다.
배찬승은 1⅓이닝 1피홈런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고, 이재희는 2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이승민은 “오늘 저보다 찬승이와 재희가 너무 잘 던진 덕분에 제게 등판 기회가 왔다. 저보다 찬승이와 재희를 더 많이 칭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커피를 사주려고 한다. 오늘 정말 고생한 찬승이와 재희에게 맛있는 거 사주려고 한다. 앞에 애들이 잘 던졌기에 저도 잘 던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늘에는 커피를 살 수 없어 갓바위에라도 올라가고 싶다는 이승민. 대신 함께 승리를 지켜낸 후배들에게는 커피와 맛있는 음식을 약속했다. 자신의 호투를 운으로 돌리면서도 동료들의 활약에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선배의 마음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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