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버지" 故최불암, 오늘(2일) 발인…'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종합]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6.11.02 06: 09

국민배우 고(故) 최불암이 영면에 든다.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그는 드라마 속 '국민 아버지'를 넘어, 현실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의 손을 잡아준 '모두의 아버지'였다.
2일 고(故) 최불암의 발인이 엄수된다. 지난달 29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한국 방송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배우이자, 오랜 세월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실천해 온 어른으로 기억되고 있다.
앞서 MBC에서도 추모 특집 앙코르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 에서는 고인의 연기 인생뿐 아니라, 그가 평생 품어온 삶의 철학과 따뜻한 발자취가 조명됐다. 최불암은 MBC '수사반장'의 박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오랜 시간 국민 곁을 지켰다.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와 인자한 미소,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그에게 '국민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안겼다.

그러나 수많은 작품에서 아버지를 연기했던 그는 정작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었다. 고인이 여덟 살 무렵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은 3년도 채 되지 않았고, 남은 것은 사진 한 장뿐이었다.최불암은 생전 "아버지 역할은 무조건 했다"며 "내가 그리워했던 아버지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세상이 말하는 아버지 역할을 할 때마다 늘 그리운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그가 연기한 수많은 아버지의 얼굴에는 어쩌면 평생 마음에 품었던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던 것. 
고인은 단순히 유명한 배우로 남는 것을 꿈꾸지 않았다. 한국인의 정신과 얼을 나타내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 필생의 꿈이었다. 그는 "진실하게 인간 본질을 내놓으려고 했던 게 내 각오였다"며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밝힌 바 있다. 배우에게 필요한 것은 연기 기술뿐 아니라 사회의식이라고 강조했고, 자신이 맡은 역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대중에게 얻은 명성과 신뢰를 개인의 성취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한 삶의 태도는 드라마 밖에서도 이어졌다. '전원일기'에서 김 회장이 어려운 처지의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는 현실의 나눔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극 중 가족이 된 아이가 바로 금동이였다.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격려 전화와 편지가 쏟아졌고, 최불암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인은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았던 순간을 가슴 뜨거운 기억으로 떠올렸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그의 말에는 배우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지켜온 신념이 담겨 있었다.
이후 최불암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소외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나눔에 앞장섰다. 김혜자를 비롯한 '전원일기' 출연진들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돕는 일에 동참하면서 나눔의 움직임은 더욱 확산됐다.1980년대 중반 실종 아동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도 고인은 미아 찾기 관련 프로그램 기획에 힘을 보태고 특별 생방송에 출연했다.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 방송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에게 아이들의 내일에 작은 빛이 되어주는 일은 또 하나의 소명이었다. 최불암의 따뜻한 시선은 어른들을 향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1TV 특집 다큐 '밥상지기 최불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2편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생전 "노인은 아름답다. 그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지혜를 배우려 했던 태도는 그의 연기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14년간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역시 그러한 철학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평범한 이웃들의 밥상에 담긴 세월과 이야기를 전했다. "바람이 차고 매울수록 우리 어머니들의 밥상은 더 뜨끈했다"는 그의 말처럼, 고인은 곤궁했던 시절을 이겨낸 사람들의 삶에서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발견했다.
특유의 '파하' 웃음으로 친근함을 안겼던 최불암. 화면 속에서는 온 국민을 품어주는 아버지였고, 화면 밖에서는 소외된 이웃과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어른이었다. 그는 자신을 "사람들 곁에서 대신 울어주는 광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려 했던 그의 삶은 그 말과 닮아 있었다.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한 소년이 수많은 사람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됐다는 사실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다. 드라마 속 '국민 아버지'를 넘어, 세상의 아이들을 품었던 진짜 어른. 고(故) 최불암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어쩌면 평생 실천해 온 사랑과 나눔일 것. 이제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위로와 나눔의 발자취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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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1TV 특집 다큐 '최불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MBC 추모 특집 앙코르 '파하, 최불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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