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10년 늙은 것 같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좌완 배찬승에게 한국시리즈 2차전은 잊지 못할 승부였다. 홈런이 될 뻔한 타구에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끝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신고했다.
배찬승은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3-2로 앞선 연장 12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최고 155km의 직구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곁들이며 KT 타선을 상대했다.

출발은 거침없었다. 대타 배정대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안현민마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이후 샘 힐리어드에게 볼넷을 내줬고, 김현수 타석에서는 폭투까지 범해 주자를 2루에 보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배찬승은 김현수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KT를 3-2로 꺾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경기 후 배찬승은 “긴박한 상황에 등판했는데 승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특히 1차전에서 패한 뒤 2차전을 잡아 더욱 뜻깊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상위 타선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으로 승부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안현민과의 대결이었다. 안현민이 받아친 타구가 파울 홈런이 되면서 배찬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는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10년 늙은 것 같았다”며 웃은 뒤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승부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2사 후 힐리어드에게 내준 볼넷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배찬승은 “잘 잡았어야 했는데 안 맞으려고 피했던 것 같다. 좀 더 적극적으로 승부했어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음 타자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마지막 타자 김현수를 2루 땅볼로 처리한 뒤에는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긴 승부를 끝냈다는 안도감과 첫 세이브의 기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배찬승은 “저도 모르게 포효했다. 멋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동료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그는 “형들이 정말 잘했다고 많이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앞서 등판한 선배 투수들이 잘 던져주신 덕분에 좋은 흐름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 저도 마지막을 잘 막을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번 세이브는 배찬승에게 또 하나의 자신감이 됐다. 그는 “오늘처럼 큰 경기에서도 잘 막아냈으니 다음 등판에서는 덜 떨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오는 6일부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T와 한국시리즈 3연전을 치른다. 배찬승은 “대구에서 3연승을 거둬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진만 감독도 배찬승의 달라진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진만 감독은 “배찬승이 많이 성장했다.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뒤 굉장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동안 제구가 많이 흔들렸는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확실히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좌완 불펜을 이승민 혼자 책임질 수는 없는데 배찬승이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왼손 투수 두 명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진만 감독의 말처럼 배찬승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층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1점 차의 부담을 이겨내고 승리를 지키며 자신의 성장세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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