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잘 버텨서 우승하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정말 우승하고 싶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가을 무대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팀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원태인은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1로 맞선 9회말 1사 2루 위기 상황에 구원 등판했다. 이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그는 한승택과 대타 권동진을 잇달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삼성은 연장 10회초 김지찬의 몸에 맞는 공과 김성윤의 희생 번트, 구자욱의 자동 고의4구로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박승규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르윈 디아즈가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2-1로 앞서갔다.

1점 차 리드를 안고 연장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선두 타자 최원준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장진혁의 우전 안타와 안현민의 내야 안타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샘 힐리어드의 땅볼 타구를 1루수 디아즈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만루가 됐다. 원태인은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2-2 동점을 내줬다.
하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오윤석을 1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허경민을 2루 땅볼로 유도했다. 원태인은 연장 11회 김태훈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삼성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경기 후 원태인은 자신의 투구를 두고 “절반의 성공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큰 위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지 않고 내려왔기 때문에 팀이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깔끔하게 막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불펜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부담이 큰 역할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원태인에게 힘이 된 건 마무리 투수 김재윤의 격려였다. 올 시즌 세이브 1위에 오른 김재윤은 오른쪽 전거근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선수단과 동행하며 동료들을 돕고 있다.
원태인은 “재윤이 형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등판을 마치고 혼자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형이 ‘운도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정말 잘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돌이켜보니 외야 뜬공 하나만 나왔어도 끝내기 패배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줄곧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구원 투수로도 나서고 있는 원태인에게는 낯선 경험의 연속이다. 지난해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이름이 나오자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원태인은 “솔직히 너무 힘들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무대이고, 이런 역할 역시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마모토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텼기 때문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다면 우리 팀도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 없던 힘이라도 줬으면 좋겠다”며 “끝까지 잘 버텨서 우승하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정말 우승하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이제 원태인은 다시 선발 등판을 준비한다. 최원태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 차례 연속 부진하면서 선발진 재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원태인은 “몸은 많이 힘들지만 선발진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선발로 나가라고 하면 당연히 나갈 것이고,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쯤 언제 선발로 나갈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선발로서의 투구 패턴을 잘 떠올리고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절친한 친구 노시환(한화 이글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원태인은 “경기 전에 시환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마무리로 나가 멋지게 막았으면 좋았을 텐데 깔끔하게 끝내지 못해 조금 아쉽다”며 “그래도 친구의 응원을 받으며 불펜에서 잘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진만 감독도 원태인의 선발 복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오늘 2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3차전 선발은 아리엘 후라도이고, 원태인은 4차전 또는 5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원태인은 선발로 준비한다. 최원태가 빠지면서 이틀 연속 불펜 데이를 치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투수진에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이제 2연전이 아니라 3연전이기 때문에 연이틀 불펜 데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진만 감독은 “3차전에서 아무리 타이트한 상황이 오더라도 원태인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선발 복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낯선 불펜 보직에서 팀의 역전을 막아낸 원태인은 이제 다시 선발 마운드를 준비한다. 몸은 힘들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어떤 역할을 맡든 끝까지 버텨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