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10년전 포기했던 작품..‘내가 자격 있나?’ 싶었다”[인터뷰④]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6.11.06 14: 31

 (인터뷰③에 이어) 이창동 감독이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가능한 사랑’ 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을 전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특히 작품 내에는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인들을 직접적으로 꼬집는 부분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바. 이에 이창동 감독은 “여러번 이야기 했는데, 원래는 이 이야기를 10여년 전에 하려고 했다. 굳이 어떤 기업 이름은 얘기하지 않겠지만, 그 사건(대규모 해고)이 터졌을때 저도 굉장히 충격받았고 모든 사람들이 그 과정을 느꼈지 않나. 그리고 그 뒤에 해고 노동자 또는 가족들이 계속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게 언제까지 진행될지 정말 무서웠다. 그만큼 그 사람들은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심했던거다. 그 트라우마가 어디에서 비롯된거냐면 우리가 노동자의 권리가 있고 노동의 가치라는게 있는데 이제는 아무도 거기에 신경 안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끼리도 이간질 하는 것에 대한 정신적인 충격이 결국은 자기 삶 자체의 가치를 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게 엄청 큰 사건이었고, 내가 보기에는 ‘앞으로 노동자의 권리같은 건 없다, 그런건 옛날이야기고 노동의 가치는 다 책에만 있고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거다. 더 중요해지는 건 자본의 수익성이지 노동자가 죽고 노동 가치가 어쩌고 하는건 다 옛날이야기가 될 거다’라는 걸 그 사건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럼 우리 삶은 어떻게되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을 안 할하고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 취재도 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가 내가 이 이야기를 과연 할수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옆에서 그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내가 어떤 자리에서 이야기 해야하지?’, ‘내가 그 사람도 아닌데 입장을 대변해야하나?’, ‘그러면 그게 정직한가?’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도저히 확신을 못해서 접었다가 계속 걱정했던 노동 문제는 더 악화되고 있었고 저희가 방법을 찾을수 없었다. 그래서 2022년에 ‘심장소리’라는 단편을 하나 찍으면서 ‘이제 이 이야기는 떠나보내자'고 생각했다. 그때 설경구, 전도연씨가 부부로 출연하기로 돼있었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보니 두 배우에게도 이야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다시 ‘가능한 사랑’을 꺼내게 된 것은 2024년 오정미 작가로부터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들어와서 해보면 어떻겠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이창동 감독은 “내가 처음에 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자격이 있냐’는 부분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카메라 든 사람이지 않나. 남의 이야기 전달하는 사람. 그런데 나의 윤리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그렇다면 그 문제까지 갖고 들어오자고 생각한거다. 그러니까 이거는 예지라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 특별한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 남의 고통을 전하려 하는 사람의 태도가 어디까지고 어디까지 전달할수 있는지 그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면서 해볼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이렇게 돈 많은 남자랑 사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1%는 되겠냐.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다큐멘터리감독 분 아니라 나 같은 극 영화를 만드는 감독, 나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역시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할 수 없지 않나. 자본의 막강함 안에서 어떻게든 나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하고 뭔가를 어떤 독립적인 시각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어디까지 전달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그런 윤리적인 문제를 조금씩 갖고 있다”고 공감 지점을 짚었다.
이어 영화의 발판이 됐던 실존 해고 노동자에 대해 묻자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를 하겠다고 하고 취재를 했었다. 그분들도 취재할때 ‘이 이야기를 과연 내가 할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거다. 완전히 100% 믿지는 않았을거다. 그런데 그분들 입장에서 너무들 자기들 이야기가 일반 국민들한테 잘못전달되고 있으니까 뭔가를 하고 싶어서 취재에 응했을거다. 근데 그때는 결국 접었지 않나. 그러면서 마지막에 접었다는 이야기를 전할 겸 같이 식사를 하면서 약속했다. 언젠가는 꼭 하겠다고 말했다. 근데 안 믿는것 같았다. 사실 나 스스로도 못믿었다. 그런데 결국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화에서는 그가 언급한 윤리적인 문제들이 직접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창동 감독은 “결론은 쉽게 내릴수 없다. 설사 영화 속에 내가 어떤 결론을 내린다고 해서 그게 결론이 되지는 않을거다. 왜냐면 이게 어쨌든 남의 이야기 전하는 사람들의 영화라면 영화, 다큐멘터리라면 다큐멘터리인데 그게 얼마만큼 가능한지 질문하는거다. 질문 자체가 의미있는거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그 소통이 과연 가능할까? 우리 영화에서 달 사진을 보낸들 얼마만큼 그게 소통이 되겠냐. 그렇지만 1차적으로 이런 질문은 할 수있다. ‘과연 예지가 찍으려 하는 다큐멘터리가 완성될수 있을까?’ 그건 영화 플롯상 필요한 질문이지 않나. 근데 중간에 박차고 나왔다. 그렇게 나와서 ‘너희는 우리랑 다른 존재니 안 해. 너희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을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단절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내가 영화에서 결론내릴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예지가 어떤 마음으로 영화 찍든 그가 하는 역할이 있다. 다큐멘터리가 완성돼야할 이유가 있긴 하다. 그게 얼마만큼 정직하고 얼마만큼 의미있는가는 그 다음 문제고 그 자체가 만들어지는건 여전히 우리가 하고있는 일이지 않나. 영화 속에서만 봐도 호석이가 자기 속에 내면의 지옥을 가두고 뭔가 말을 하면 무슨일이든 벌어질것 같은, 폭력성이 폭발할것 같은 고통과 절망, 분노를 안고있지 않나. 그걸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예지의 카메라 앞에서 드러내게 됐다. 그렇게 힘들었던 집단 심리치료에서 못했던 걸 카메라 앞에서 하게 됐다. 예지의 카메라가 그 기능을 했던거다. 어쩌면 그게 이 카메라, 영화라는 매체가 할수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을 쓰든 기사를 쓰든 뭘 하든 어쨌든 본연의 기능이 있긴 있을거다. 근데 얼마만큼 그게 정직하고 무언가를 소통하게 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쉽게 결론내릴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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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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