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시즌 두 자릿수 승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제 몫을 해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원투펀치 아리엘 후라도와 크리스 페덱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이 KT 위즈를 꺾고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데 이들의 활약은 큰 힘이 됐다. 정규 시즌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나란히 에이스다운 투구를 선보였다.
후라도는 지난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어깨 부상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24경기 9승 3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달랐다.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모두 승리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했다. 시리즈 MVP도 차지했다. 10월 2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지난 1일 5차전에서도 7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후라도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6일 KT와의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삼성은 5-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후라도는 이날 6회 2사 후 샘 힐리어드의 타구에 오른손을 맞았지만 투구를 이어갔다. 그는 “민호 형도 아픈 상태로 경기를 하고 있는데 나도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 옆구리 통증을 안고 뛰는 포수 강민호의 모습이 후라도에게도 힘이 됐다.
지난 7월 대체 선수로 합류한 페덱도 중요한 순간 힘을 냈다. 정규 시즌 13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한 그는 플레이오프 첫 등판에서 고전했지만 이후 안정을 되찾았다.
페덱은 KIA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94개의 공을 던지며 4⅔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사흘 휴식 후 나선 4차전에서는 99개의 공으로 5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했다.

페덱은 4일 휴식 후 등판한 KT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102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근 열흘 동안 3차례 선발 등판해 던진 공만 295개였다. 짧은 휴식 간격에도 페덱은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그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휴식 기간이 짧다 보니 몸이 뻐근할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치료를 잘해준 덕분에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 들어가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때문에 피로감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공을 던진 건 처음인데 신기하게도 몸 상태는 괜찮다”고 덧붙였다.
페덱은 우승을 확정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도 선발 원태인(5이닝 1실점)에 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괴력을 뽐냈다. 102구를 던지고 3일 휴식 후 불펜으로 등판, 4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호주 출신 좌완 잭 오러클린과 오스틴 보스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맷 매닝이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단기 대체 선수로 합류한 그는 17경기에서 5승 5패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했다. 선발진의 공백을 메우며 시즌 중반 마운드 운영에 힘을 보탰다. 보스는 후라도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6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4.80을 남겼다. 특히 고별 무대였던 9월 1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 7이닝 무실점(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호투는 낭만 야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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