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스침까지 잡았다…VAR이 삼킨 월드컵, 94경기 퇴장 13명 ‘판정 전쟁’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6.07.12 09: 48

공에 스친 머리카락 한 올까지 판정 근거가 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사람의 눈을 보조하려던 기술이 경기보다 더 큰 논쟁을 만드는 무대로 변했다.
이번 대회는 48개국, 104경기로 몸집을 키웠다. VAR 개입도 함께 늘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64경기 동안 20차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같은 경기 수에 30차례 미만이었던 개입 횟수가 2026 대회 초반 이미 두 기록을 넘어섰다.
확대는 의도된 선택이었다. 국제축구연맹 심판진은 국제축구평의회와 협의해 VAR이 손댈 수 있는 영역 네 가지를 추가했다. 비디오실에는 경기당 네 명의 심판이 들어갔다. ‘명백한 오심’을 바로잡던 장치가 더 많은 장면을 다시 보는 체계로 넓어졌다.

새로 열린 문은 구체적이다. 명백히 잘못된 두 번째 경고로 퇴장이 나온 경우, 다른 선수의 반칙을 엉뚱한 선수에게 적용한 경우, 코너킥이 잘못 주어진 경우까지 화면이 개입한다. 세트피스 재개 전에 공격수가 수비수를 밀거나 잡은 장면도 다시 돌려본다.
VAR은 2017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시험된 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들어왔다. 출발점은 주심이 놓친 ‘명백하고 확실한 오류’를 고치는 것이었다. 여덟 해가 흐른 2026년에는 판정의 빈틈을 더 촘촘하게 막는 쪽으로 범위가 이동했다.
가장 선명한 장면은 크로아티아와 포르투갈의 32강전에서 나왔다. 크로아티아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후반 추가시간 13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전광판에는 2-2가 찍히는 듯했지만 VAR 확인 뒤 골이 취소됐다.
공이 그바르디올에게 가기 전 이고르 마타노비치에게 미세하게 닿았고, 그 순간 동료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판정이었다. 육안으로는 궤적 변화조차 뚜렷하지 않았다. 공 안에 들어간 센서는 사람의 눈이 놓친 작은 접촉을 감지했다. 머리카락에 스쳤을 수 있다는 설명까지 나왔다.
포르투갈은 2-1로 이겼고 루카 모드리치의 24년에 걸친 월드컵 여정은 끝났다. 모드리치는 200% 확실한 실수에만 개입해야 한다며 회색지대까지 뒤집는 운영을 비판했다. 크로아티아축구협회는 FIFA에 설명을 요구하며 해당 판정을 ‘기술의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퇴장도 급증했다. 16강 종료 시점까지 94경기에서 선수 13명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2018년과 2022년 대회보다 세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과 잉글랜드 수비수 자렐 콴사는 주심이 실시간으로 놓친 반칙을 VAR이 찾아낸 뒤 퇴장당했다.
발로건의 퇴장은 미국 대통령까지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판정이 부당하다며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 경기 출전 정지는 취소됐지만 인판티노 회장은 자신이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도 화면 앞에서 흔들렸다. 콴사가 퇴장당했고 해리 케인의 반칙으로 페널티킥까지 선언됐다. 잉글랜드는 난타전 끝에 3-2로 이겼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은 주심이 반칙조차 선언하지 않은 장면을 VAR이 뒤집었다며 격분했다.
숫자가 늘수록 대기 시간도 경기의 일부가 됐다.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멈춘 채 센터서클을 바라보고, 관중은 전광판에 VAR 문구가 뜰 때마다 환호와 야유를 번갈아 쏟아냈다. 공이 골망을 흔든 순간보다 화면 확인이 끝난 뒤에야 득점이 완성되는 경기가 반복됐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전에서는 공격의 출발점에 나온 반칙이 뒤늦게 잡혀 이집트의 골이 취소됐다. 이집트는 편향을 주장했고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반칙은 골문과의 거리나 흐른 시간에 상관없이 반칙이라고 맞섰다. 카메라는 접촉을 놓치지 않았지만 관중은 길어진 대기와 뒤늦은 판정에 야유를 쏟으며 자신들의 표를 던졌다.
/mcado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