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는 외면하고 이제 와서 '자필 기록', 이래서 한국축구가 더 안타깝다 [유구다언]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6.08.08 00: 02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청문회가 끝난 뒤 언론을 통해 "자필 기록이 있다"는 주장만 내놓으면서 오히려 더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겨레는 6일 이임생 전 이사의 법률대리인 입장을 인용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와 달리 홍명보 전 감독 면담 당시 이임생 이사가 직접 작성한 자필 기록이 존재한다"며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와 루머를 바로잡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참가 신청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임생 전 이사 측은 홍명보 전 감독을 비롯한 최종 후보 3명과 면담을 마친 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에게 결과를 보고했고, 정 전 회장으로부터 "그럼 홍명보 감독으로 하세요"라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홍명보 전 감독 내정 발표와 계약 절차, 보고서 작성 등 이후 과정은 김정배 전 대한축구협회 상근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인지, 자필 기록이 실제 존재하는지, 또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문제다.
하지만 축구계가 바라보는 핵심은 내용이 아니라 시점이다. 이임생 전 이사는 지난달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김정배 전 부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이 전 이사만 해외 취업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캄보디아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 선임 발표는 국회 청문회 추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뤄졌다. 이 때문에 당시 축구계에서는 '도피성 취업'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이사 측은 "나가월드의 제안을 최종 수락한 시점은 한국이 체코를 꺾었던 지난해 6월 12일"이라며 청문회 회피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금 와서 중요한 것은 계약을 언제 했느냐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직접 설명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의 핵심 실무자로 지목됐던 이임생 전 이사에게 청문회는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고, 국민에게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인 무대이기도 했다. 정말 억울했다면, 정말 자필 기록이 있었다면, 그리고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고 싶었다면 그 자리에서 직접 이야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 순간 침묵을 선택했다. 청문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난 뒤 언론을 통해 "자필 기록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미 국민 앞에서 설명할 기회를 놓친 뒤였다.
국회 역시 당시 불출석을 강하게 질타했다.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청문회에서 "국회의 출석 요구는 곧 국민의 요구"라며 "이번 청문회를 외면했다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도 다시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임생 전 이사가 뒤늦게 공개한 자필 기록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한국 축구가 가장 진실을 필요로 했던 순간, 가장 많은 국민이 설명을 기다렸던 자리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절차가 끝난 뒤에야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이제 와서 "자필 기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해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너무 늦었다. 가장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할 순간 침묵했고, 가장 중요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한국 축구가 겪고 있는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다. /10bir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